심상덕 컬럼 2

그 많던 분만의는 어디로 갔을까?

junihome 2010. 8. 8. 16:53

심상덕

2010년 8월 3일

 

최근 보도를 보니 애를 낳을 수 있는 산부인과가 또 줄어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런 현상을 개선하기 위하여 강도 높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들 말한다.
그러나 문제를 해결하려면 뭐가 문제인지, 왜 그런 문제가 생겼는지 아는 것이 우선이다.
십수년전만 해도 산모들이 분만할 병원을 찾지 못해서 헤매이는 일은 없었다.
분만 병원이 없는 군 단위 지역만도 전국적으로 50 몇곳이라는 이야기도 최근에서야 나온 말이다.
그렇다면 그 많던 분만의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우선 산부인과 지원자가 격감했다.
의과대학 지원자는 지금도 넘쳐 나지만 의과대학을 졸업한 의사 중 누구도 선뜻 산부인과를 전공으로 택하려고 하지 않는다.
설사 산부인과를 전공으로 선택했더라도 수련 기간 동안 중도에 포기하는 의사도 적지 않다.
산부인과 수련을 마쳤더라도 분만을 담당하기 보다는 피부나 비만, 낙태 등 분만 이외의 다른 분야의 진료로 병원 경영을 꾸려가는 것이 더 쉽고 안전하기 때문에 산부인과 특히 분만 진료를 포기하는 의사들이 많다.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방법적으로만 생각해 보았을 때 의과대학 지원 당시부터 아예 산부인과 지원자는 따로 뽑아 양성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
물론 이런 방법에는 여러가지 난관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시간적으로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산부인과 수련자를 위한 특혜를 주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방법은  미봉책일 뿐이며 산부인과 분만의로서의 장점이 없다면 결국 산부인과 진료는 포기하게 될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산부인과 의사로, 분만의로서 일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불리하지 않도록 만드는 수 밖에 없다.
산부인과 의사들이 분만실을 접는 이유는 크게 보아서 두가지이다.
하나는 분만에 따르는 위험과 수고에 비하여 그 댓가가 작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분만을 하고자 해도 저출산으로 수요 자체가 줄어든 점도 있다.
따라서 문제의 해결 방법은 이 두가지에 대한 것을 해결해 주는 것이 될 것이다.  
과거에 분만이라고 하는 수요가 넘쳐나던 시절에는 비록 저수가에 고위험이라 하더라도 박리다매로 인하여 그 손실을 보상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출산율이 대폭 감소한 지금은 그런 방법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당장 획기적으로 출산율을 끌어 올리는 것도 쉬운 방법이 아니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 밖에 남지 않는다.
분만에 따르는 위험은 줄여 주고 분만에 따르는 수입은 다른 진료과에 비하여 너무 낮지 않은 정도로 어느 정도의 균형을 갖게 하여 주는 것이다.
특히 의료에 관한한 정부의 통제가 거의 절대적인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는 이런 역할은 정부의 의지에 크게 좌우가 된다.
단순히 경제 논리에 따라 자체적인 수요 공급 원리가 작동해서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란다면 그것은 매우 무책임한 자세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산부인과 의사가 매우 희소하게 되어 그 가치를 인정받게 되기까지에는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를 것이며 그 과정에서 결국 출산을 해야 하는 산모들이 희생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 당국자의 의지가 매우 중요하다 하지 않을 수 없으며 그런 점에서 의료 분쟁에 따르는 위험 부담을 국가가 공유해야 한다.
산부인과 수입에 대하여 최소한의 지원도 필요한데 이는 산부인과 의사를 위해서라기 보다는 산부인과 진료가 필요한 여성 그리고 산모를 위해서 필요한 일이다.
산부인과 지원을 산부인과 의사들의 밥그릇 챙겨 주기라는 시각으로 이 문제를 접근한다면 영원히 해결 방법은 없다.
왜냐하면 산부인과를 전공하고 진료를 할지 말지 하는 것은 정부든 누구든 강제할 수가 없는 일이다.
산부인과 의사들도 기본적으로 의사이기 때문에 산부인과 진료를 하지 않더라도 의사로서의 삶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부인과 의사로 분만을 담당하는데 있어서 단순히 사명감만을 강조하기에는 지금의 현실은 너무도 열악한 것이 사실이다.
이제라도 정부나 국민 모두 산부인과 살리기에 나서도 이른 것이 아니다.
산부인과 의사를 위해서가 아니라 산부인과 서비스가 필요한 산모와 여성을 위해서 한시라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