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이야기

낙태자유화가 여성을 행복하게 할까?

junihome 2011. 12. 1. 01:35

'아름다운 사람' 12월호에 실린 컬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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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자유화가 여성을 행복하게 할까?

김현철

낙태반대운동연합 회장

 

“여성의 행복추구권을 위해서 낙태여부를 여성이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진보여성계의 주장입니다. 누구에게나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단, 다른 사람의 행복을 해치면서까지 나의 행복을 추구해서는 안 되는 한계는 지켜야 하겠지요. 그러나 오늘은 아기의 행복을 무시하고 엄마의 행복만을 이야기해 봅시다. 제 아내가 여성이고, 제 딸이 여성이기 때문에 저는 여성이 행복해지기를 매우 원합니다. 그런데 임신했을 때 아기를 낳을 것인가, 아니면 아기를 제거할 것인지를 임산부가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게 하면 과연 여성은 행복해질까요? 여성이 낙태를 한 후에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아무 부작용이 생기지 않는다면 저도 좋겠습니다. 그런데 그렇지가 않으니 이를 어찌합니까? 네 가지 영역에서 부정적인 후유증을 경험합니다 - 육체, 정신, 자존감, 남자의 태도. 낙태시술은 어쩔 수 없이 여성의 몸을 건드리는 수술이니 육체적인 후유증이 동반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정신적인 고뇌는 먼 훗날까지 지속됩니다. 신경정신과에서 진단을 하면서 P.A.S.S.(Post Abortion Stress Syndrome 낙태 후 스트레스 증후군)라는 증세로 설명해야 하는 경우가 임상적으로 많이 발견되어서 이제는 공식적인 질환으로 분류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고 있습니다. P.A.S.S.가 있는 여성들은 죄책감, 불안, 우울, 원치 않는 회상, 자살충동 등 다섯 가지 부정적인 정서로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낙태 후에 자존감이 낮아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은 상담을 통해 흔히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 누구도 질타하거나 비난하지 않는데도 자기 스스로 열등하게 느껴서 적절하지 않은 상대와 연애하고 결혼하는 일이 생기기도 합니다. 일부 여성은 낙태로 인한 심리적인 이유 때문에 결혼 후 성생활이 원활하지 않다고 호소하기도 합니다. 낙태를 임의로 할 수 있게 되었을 때 남자 파트너의 태도는 어떻게 될까요? “미혼모는 있는데 미혼부는 없다.”는 말이 시사하듯이 성관계, 임신, 출산, 육아에 있어서 공동책임을 느끼기보다는 여성의 책임으로 알고 있는 남성들이 아직도 많습니다. 이런 판국에 낙태라는 비상구가 설치된다면 남성들이 제대로 피임을 하겠습니까? 출산에 대한 책임의식이 강화되겠습니까, 약화되겠습니까? 임신을 했을 때 지금보다도 더 쉽사리 낙태를 제안하지 않겠습니까? 지난 9월 23일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전국 인공임신중절 변동 실태조사’ 내용 중 깜짝 놀랄만한 것이 있었습니다. 피임을 하지 않고 성관계를 하는 경우가 60%(기미혼 평균)이고, 피임을 하는 경우에도 피임확률이 대단히 낮은 피임방법을 쓰는 경우가 80%이었습니다. 지금도 이렇게 피임을 귀찮아하는데 낙태를 자유화하면 누가 세심하게 신경 쓰면서 성관계를 할 때마다 피임을 하겠습니까? 여성이 낙태로 내몰리지 않기를 바랍니다. 여성이 낙태로 행복을 추구할 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지 않기를 바랍니다.

지난 10월 11일 미국의 낙태를 반대하는 산부인과의사회 회장인 메리 데번포트가 한국에 와서 인터뷰한 내용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낙태를 겪은 여성들은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자살할 위험이 2.5배, 알코올중독에 빠질 위험이 2배 이상 높다는 연구 결과가 최근 나왔습니다. 1973년 미국 대법원이 낙태를 합법화 판결을 내릴 당시에는 의사들도 전혀 몰랐던 후유증입니다. 낙태가 진정 여성이 선택할 수 있는 권리라면 낙태의 후유증에 대해서도 정확히 알아야 하는데 이런 연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어떻게든 편리하게 아기를 떼는 연구만 번성하고 있습니다. OECD 회원국 중 자살률이 가장 높고, 낙태율도 높은 한국에서는 반드시 자살과 낙태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낙태를 하지 않는 것은 단지 태아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여성을 진정으로 위하기 때문에 시간과 체력과 돈을 써서 상담을 하고 실제적인 도움을 주는 것입니다. 위기임신상담을 할 때 지침이 있습니다. “상담을 통해 한 생명을 건지는 것이 아니라 두 생명을 건지는 것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도 서른여덟 살 여성을 상담하고 도와서 낙태의 위기로부터 피신시켰습니다. 8주 된 뱃속의 아기의 행복과 함께 엄마의 행복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