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덕 컬럼

살인죄는 언제 없어질까?

junihome 2010. 8. 26. 16:08

아마 살인죄라는 것이 그리고 살인죄로 인한 처벌이라는 것이 없어진다면 두가지 중 한 가지 경우일 것이다.

하나는 어느 인간 사회에서도 더 이상 살인이라는 행위가 존재하지 않게 된 상황일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살인이라는 것이 법으로 억제할 필요가 없이 존경을 받거나 최소한 지탄을 받는 행위가 아닌 경우일 것이다.

그런 두가지 경우를 제외한다면 아마 살인죄는 없어지지 않고 계속 남아 있어서 살인을 할 가능성이 큰 사람들에게는 공포의 억지력으로, 살인을 할 가능성이 낮은 사람에게는 그래도 마음 놓고 서로 어울려 살 수 있는 보호막으로 작용할 것이다.

살인죄가 엄존함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 살인이 없어지지 않는다고 해서 그리고 살인을 한 사람들의 개개 사정이 절박한 경우들이 있다고 해서 보편 타당한 가치로서의 살인 금지는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나는 믿고 있다.


낙태죄를 위의 사고 방식처럼 생각을 해 보면 어떨까.

물론 낙태죄는 살인죄와 경중이 다르기는 하다.

심지어는 어떤 사람들은 사문화된 법이거나 없어져야 할 잘못된 법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만일 그렇게 낙태죄가 없어져야 하는 것이라면 살인죄의 소멸과 마찬가지로 낙태에 관하여 우리 사회 누구도 낙태를 하지 않아서 더 이상 필요가 없는 것이 아니라면 아마도 낙태는 존경을 받거나 혹은 최소한 지탄을 받을 이유가 없는 행위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낙태에 관하여 대다수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럼에도 낙태죄에 관한한 그 법은 없어지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무슨 이유 때문인지 궁금하다.

낙태죄가 없어짐으로써 낙태가 줄어 들 것이라는 것은 살인죄가 없어져야 살인자가 줄어들 것이라는 주장처럼 삼척 동자라도 알만한 터무니 없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결국 낙태죄의 소멸을 주장하는 것은 내가 그 죄에 관한 잠재적 범죄자가 될 가능성이 높을 때 이외에는 없을 것이다.


이번에 성범죄자들에게 약물을 통한 화학적 거세 법안이 통과된 것으로 알고 있다.

그 법을 만들면서 성범죄자들의 의견을 물어서 한 것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으며 희생자들의 의견과 국민 정서를 반영하여 그렇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

이것은 그 법안으로 하여 성범죄자들의 인권 침해 여지가 전혀 없거나 혹은 그 법으로 하여 성범죄자들이 더 편해지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다만 그 법으로 해서 성범죄를 저지르는 사람 보다는 그 희생이 되는 사람을 보호하고자 하는 취지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얼마전 여성 단체에서 낙태죄에 관하여 국가 인권위에 제소한 것에 대하여도 답답한 심정이다.

과연 여성 단체에서는 누구를 보호하고자 하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그들에게는 낙태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낙태권을 보호해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가치인가 아니면 낙태를 하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들의 인권 확보와 태아의 생명권 보호가 가장 중요한 가치인 것인가 진심으로 물어 보고 싶다.

 

2010년 7월 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