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덕 컬럼

어느 것이 더 급하고 중요한 일일까요?

junihome 2010. 8. 25. 21:03

어느 남자가 허겁지겁 어디론가 달려 갑니다.

그때 초행길이라 길을 묻는 행인이 그 남자를 붙잡고 길을 물으려 합니다.

남자는 무슨 일인가 너무 바빠서 행인에게 제대로 대답도 하지 않고 달려 갑니다.

행인은 중요한 약속 때문에 가던 길이었는데 길을 물어도 제대로 응대를 하지 않는 남자가 매우 못 마땅해서 욕을 합니다.

이 상황에서는 길을 묻는 질문에 제대로 응답을 하지 않은 남자가 잘못인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남자는 깊은 호수에 빠진 사람을 구하기 위해 119에 연락도 하고 또 건질만한 줄을 구하러 가던 중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길을 묻는 행인에게 자초 지종을 설명할 여유가 없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는 잠시라도 지체하면 누군가의 생명이 위험하니 누구라도 당연히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얼마전에 몇개 병원을 프로라이프 의사회가 고발한 사건에 대하여 여성단체나 혹은 고발당한 일부 병원에서 목소리를 높여 비난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항의의 내용은 왜 다른 사람들을 먼저 설득을 하거나 사회 인프라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먼저 하지 않느냐 하는 것이거나 혹은 사회 경제적 이유로 낙태를 할 수 밖에 없는 많은 여성들의 목소리는 외면하고 있느냐 하는 것 같습니다.

이는 흡사 길을 묻는 사람에게 왜 제대로 길을 알려 주지 않느냐고 하는 비난과도 비슷합니다.

우리가 그렇게 낙태에 관한 철학적 논쟁을 벌이고 언제 이루어질 지 모르는 사회 인프라에 대한 개선을 한가하게 이야기하는 동안 많은 태아가 생명을 잃고 많은 임신한 여성이 자신의 몸과 정신을 상하게 할 낙태의 위험에 노출이 되고 있습니다.

그런 태아와 낙태의 위기에 있는 산모를 구하는 길과 직장에서의 불이익 혹은 경제적인 부담, 사회적 편견으로 낙태를 고민하는 여성을 돕는 일 중 어느 것이 더 위급한 상황일까요?

우리는 좀더 가치 있는 일과 좀더 시급을 요하는 일을 먼저 해야 합니다.

낙태를 함으로써  사회 경제적 안녕을 얻는 여성의 입장도 소홀히 다루어져서는 안되겠지만 보다 더 먼저 보호해 주어야 하는 사람들은 원치 않는 낙태의 위기에 몰려 아주  많은 것을 잃는 여성과 자신의 모든 것을 잃는 태아들일 것입니다.

그리고 생사를 가르는 신은 우리가 그런 사람들을 보호하는 일에 충분히 준비될 때까지 느긋하게 언제까지고 시간을 기다려 주지 않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렇게 많은 태아와 여성들이 희생이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달려 갑니다.

그들을 구하기 위한 끈을 찾기 위해, 그리고 위험을 알리기 위해서 말입니다. 

비록 어떤 사람들은 자신을 구해 주기를 원하지 않기도 하고, 또 자신이 위험에 빠진 것인지조차 모르기도 하고, 심지어는 낙태를 하지 않고 출산을 하는 것이 훨씬 더 위험한 일이라고 잘못 생각하더라도 말입니다.

자살을 하려는  사람이 자살을 못하고  삶을 다시 사는 것은 너무도 끔찍한 일이라고 생각하더라도, 자살하려는 사람이 살아난 후 그를  위해 경제적이든 무어든 다른 도움을 줄 방법이 없더라도, 그리고 자신의 결정권을 발휘해 자살을 선택했더라도 자살하려는 사람을 보면 누구나 말리려 하는 것처럼 그렇게 말입니다.

 

2010년 7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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