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덕
2010년 8월 13일
"태아는 생명이다."
이 당연한 주장을 목소리 높여 호소하고 많은 국민들께 이해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한다는 것은 우리가 처한 현실이 답답하고 매우 안타까운 지경임을 말해 주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 도달하게 된 데에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것은 현실이 이런 주장을 당연한 명제로서가 아니라 때때로 개인의 판단과 철학 혹은 정치적 목적에 의해 바뀔 수 있는 주장의 하나로 만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지속적으로 이 주제를 다루고 이해를 위해 노력을 해 나가는 사람들이 있는 한 언젠가는 이 당연한 명제가 더 이상 의심의 여지없이 모든 사람들에게 확고한 명제로 자리를 잡고 그런 명제를 바탕으로 우리가 기울여야 하는 모든 노력을 게으름 없이 기울이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너무도 당연한 명제이기는 하지만 저는 이 명제에 관하여 기본적으로 생명이라는 문제 그리고 최고의 가치로서 존중되어야 하는 대상으로서의 태아의 생명이라는 문제에 대하여 간단하게 제 의견을 보탬으로써 그동안 낙태 의사로서 많은 여성과 태아에게 끼친 잘못을 조금은 덜어 보고자 합니다.
가. 무엇을 볼 것인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이야기로 장님 코끼리 만지기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불경 중의 하나인 열반경에 군맹무상이라는 타이틀로 나오는 이야기인데 장님 여럿이 코끼리를 만져 보고 나서 상아를 만져본 사람은 '무' 같다고 하고 귀를 만져본 사람은 씨앗을 켜는 '키' 같다고 했으며 머리를 만져본 사람은 '돌' 같다고 하고 코를 만져본 사람은 '절굿공이',다리를 만져본 사람은 '널빤지', 배를 만져본 사람은 '항아리', 꼬리를 만져본 사람은 '새끼줄'같다고 말한다는 내용입니다.
여기서 각각의 장님이 만져 본 코끼리의 모습은 틀린 것이 아니며 나름대로 코끼리의 한 특성을 제대로 묘사를 한 것이 맞습니다.
그러나 그런 각각의 묘사를 다 합쳤다고 해서 코끼리의 실체가 드러나는 것은 아닙니다.
무나 키 혹은 돌과 같은 것, 아니면 절굿공이나 널빤지 혹은 항아리와 같은 것이라는 말을 다 모아 보아도 코끼리를 상상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일부를 보았느냐 아니냐 하는 것 보다는 얼마나 대상물의 중요 특성을 제대로 보았느냐 하는 것이 됩니다.
비록 코끼리의 일부를 보았다고 하더라도 새끼줄 같은 어떤 것이라고 본 사람보다는 덩치가 어마어마하게 큰 어떤 움직이는 것이라고 본 사람이 코끼리의 실체를 더 정확하게 파악한 것입니다.
사실 우리 모두는 신이 아니기 때문에 모든 현상과 사물의 전체 실체와 역사의 한 순간으로서 현재가 가지는 의미를 한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판단하기란 어려울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위치에서 얼마나 실체에 가깝게 판단했느냐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새끼줄이 달린 어떤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과 덩치가 아주 큰 어떤 움직이는 것이라고 본 사람이 향후 겪을 상황은 전혀 다르기 때문입니다.
한 사람은 다행히 그 위험한 상황을 피하게 되겠지만 다른 사람은 어쩌면 그 거대한 동물의 발에 밟혀 생명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이 이야기를 먼저 드리는 이유는 낙태 문제의 핵심인 태아에 대해서도 마차가지로 중요한 본질을 보느냐 부수적 측면을 보느냐에 따라 판단이 매우 달라질 수 있고 사실 아닌게 아니라 낙태 문제에 있어서 많은 논란은 그렇게 관점의 차이에서 기인한 바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코끼리 만지기와 같은 방식으로 태아라는 것에 대하여 생각을 해 봅니다.
1. 아무것도 의사 표현을 할 수 없는 존재
2. 산모의 영양을 빼앗고 때로는 생명을 위험하게 할 수 있는 존재
3. 자궁 속에서 자라는 종양과 같은 것
4. 크기가 작은 어떤 존재
5. 양수라고 하는 물속에서 지내는 존재
6. 산모의 사회 경제적 처지를 어렵게 만드는 위험물
7. 산모의 종속물로 자기 결정권의 대상
8. 국가의 재산
9. 사회 경제적 판단의 대상
10. 여성의 행복을 방해하는 존재
11. 산모의 뱃속에 자라는 생명체의 하나
이 중 태아의 가장 중요한 본질은 무엇일까 하는 것입니다.
바로 산모의 뱃속에서 자라는 생명이라고 하는 점입니다.
왜냐하면 다른 것들은 태아가 아니고도 얼마든지 있지만 산모의 뱃속에 자라는 또 다른 생명이라는 것은 태아 밖에는 없기 때문이며 태아가 가진 가장 큰 특징이 생명이라는 점 때문입니다.
여성의 자기 결정권의 대상이라면 여성의 팔다리와 같은 것들이 있고, 산모의 영양을 빼앗고 생명을 위험하게 할 수 있는 존재는 기생충이 있으며 국가의 재산이라면 부존 자원 같은 것들이 있을테니까 말입니다.
그렇다면 태아는 정말 생명인 것이 맞는 것일까요?
나. 태아는 생명인가?
태아의 생명을 이야기하기 전에 우선 생명의 정의를 분명히 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실 생명에 대한 정의는 과학적 정의부터 철학 및 종교적 정의까지 매우 많은 정의들이 있습니다만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다음과 같은 생물학적 조건을 만족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1. 단백질로 구성되어 유전 정보를 가진 생체 유기물질.
2. 자극반응, 항상성, 물질대사 등의 조절 메카니즘을 가지고 있음
3. 성장과 증식을 함.
여기서 태아가 생명인가 아닌가를 분명히 해 두기 위하여 일단 태아는 생명이 아니다라는 가설을 세워 봅니다.
태아가 생명이 아니라면 단순히 영양 공급을 제공해 주더라도 여전히 생명이 아닙니다.
돌에 아무리 풍부한 영양물질을 오랜 기간 쏫아 붓더라도 생명이 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수개월의 시간이 흐른 후 그저 자궁안이라는 환경이 자궁 밖이라는 환경으로 바뀌고 아기라는 이름으로 바뀐 태아도 역시 생명이 아닙니다.
그래서 아기와 그 이후의 인간은 생명이 아닙니다.
그러나 이는 우리 누구나가 아는 분명한 명제--모든 인간이 엄연한 생명이라는 명제와 일치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처음의 명제--태아는 생명이 아니다라는 명제는 부정됩니다.
그렇다면 이제 태아는 생명이다라는 주장에 대하여 생각해 봅니다.
위 생명의 조건 중에서 태아는 첫번째와 두번째 그리고 세번째 조건 중 성장의 조건을 만족하지만 스스로 증식하는 존재는 아닙니다.
이 외에도 태아는 스스로 영양분을 섭취하지 못하고 전적으로 산모의 영양 공급에 의존하는 등 성인 인간과 다른 몇가지 점이 있습니다.
이렇게 자기 증식성을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성인 인간과 똑같은 의미의 생명으로 인정 받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태아는 생명이다는 처음의 명제도 무언가 불충분합니다.
그렇다면 결론은 무엇일까요?
한마디로 태아는 생명이기는 하되 아직 자발적 생존과 증식을 하지 못하는 의존적 생명이라고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의존성이 지금과 같은 여러 논란을 일으키게 된 원인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중요한 것은 다음과 같은 두가지 논점입니다.
태아가 이렇게 의존적 생명이라면 절대적으로 인간과 같은 최고의 가치로 존중 받을 수 있는 존재인가 하는 점과 개별적으로 산모와의 관계에서 숙주와 기생충의 관계처럼 상호 배타적 관계인가 아니면 그 외 다른 관계인가 하는 것입니다.
다. 태아는 인간인가?
1. 임신 1 주 ~ 2 주
이 시기는 아직 태아는 형성되지 않았으며 난자는 배란이 되어 수정될 준비를 하고 정자도 정소에서 배출될 준비를 하고 있는 시기입니다.
정자의 질 내 생존 기간은 보통 짧게는 48 시간에서 길게는 72 시간으로 보며 난자의 생존 기간은 하루 정도 이내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남성의 생식기로부터 사정된 정자는 약 3 억 마리 정도이며 이중 1 % 정도의 소수만이 자궁 경관을 지나 자궁에 도달하며 최종적으로는 이중에 단 하나의 정자만이 난자 내로 뚫고 들어 가게 됩니다.
2. 임신 3 주 ~ 4 주
정자와 난자가 난관에서 만나 수정이 이루어 지고 자궁 안에 착상이 되는 시기입니다.
수정이 되면 난자와 정자의 염색체가 하나로 섞이게 되고 이어서 세포의 분화가 일어 나서 두개에서 네 개로, 네 개에서 여덟 개로 빠르게 분화가 되어 뽕나무 열매인 오디처럼 생긴 형태로 발달합니다.
그리고 수정 후 3 일 내지 4 일 정도 지나면서 난관을 떠나 자궁 안으로 들어 가게 되며 착상이 이루어 지게 됩니다.
자궁 내에 착상이 된 수정란은 태아로 자라는 부분과 태반 부분으로 나뉘어져 발달이 됩니다.
혈관도 형성이 되어 태반을 통한 혈액 순환이 시작되며 이 때 태아가 약물 등에 의해 영향을 받으면 스스로 완전 회복되거나 아니면 유산되며 형태적인 이상을 지닌 채 태어 나지는 않습니다.
3. 임신 5 주 ~ 6 주
이때로부터 10 주까지를 장기 형성기라고 하는 데 태아가 어느 정도 생물체의 모습을 갖추게 되며 중요 장기들이 형성되면서 약물이나 환경 오염 물질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시기입니다.
신경관이라고 하는 것도 이 시기부터 형성되는 데 나중에 뇌나 척추로 분화되는 기관으로 이 과정에 이상이 생기면 무뇌증, 전뇌증, 신경관 결손증 등의 이상이 생길 수 있습니다.
심장과 혈관 조직도 분화되고 있으며 혈구도 형성이 됩니다.
심장 판막도 형성되고 심장 박동이 뚜렷하며 전체적으로 태아는 C 자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4. 임신 7 주 ~ 8 주
태아는 대충 쌀알 만한 크기로 팔다리가 생기고 있는 시기이며 눈의 수정체도 생기며 위장, 담낭, 간, 갑상선 등 많은 기관들이 형성되기 시작합니다.
식도가 길어지고 요관이 형성되어 방광으로 소변이 흐르며 다리와 발이 구분되어 분화되기 시작합니다.
팔도 손과 어깨 등으로 나뉘며 얼굴은 눈, 귀, 코, 이가 형성이 되기 시작합니다.
5. 임신 9 주 ~ 10 주
뼈와 관절이 형성되며 장은 복강 내에 형성되기 시작하고 심장은 4 군데의 방으로 나누어 지며 기관지가 형성됩니다.
눈꺼풀, 코, 손가락과 엄지 발가락도 짧지만 형성되는 시기이고 난소와 정소 등 외성기가 형성됩니다.
6. 임신 11 주 ~ 12 주
항문이 형성되며 발가락이 나누어지고 머리는 둥글게 변하지만 아직 머리가 커서 전체 크기의 반정도 차지합니다.
얼굴은 사람의 모양 비슷하게 형성되기 시작하며 성대도 형성되어 소리를 낼 수 있는 기능이 갖추어 집니다.
중요 장기의 형성이 끝난 시기이며 간은 담즙을 분비하고 혈액 순환도 시작되며 태반이 기능을 하기 시작하는 시기입니다.
반사 작용도 생겼으며 피부는 매우 민감 하여 촉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7. 임신 13 주 ~ 14 주
태아의 성장기로써 각각 장기의 기능적인 성장이 일어나는 시기입니다.
물론 이시기에도 신경계와 생식기는 형성이 계속되므로 기형이 초래될 수 있지만 나머지 장기는 거의 형성이 끝나고 성장 과정만 남았습니다.
손가락 발가락이 분리되며 머리와 손톱이 자라기 시작합니다.
콩팥이 기능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소변이 만들어 지기 때문에 양수가 늘어 나기 시작합니다.
장이 복강 내에 차게 되고 손에는 지문도 형성이 됩니다.
8. 임신 15 주 ~ 16 주
볼 수만 있다면 육안으로 외성기가 남아인지 여아인지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기는 몸통과 손발을 움직이기 시작하고 손가락을 빨기도 하고 폐도 기능을 시작해서 양수를 마시고 내 뱉기도 합니다.
아직 피부는 얇고 투명하지만 몸에 털이 자라나서 26 주 무렵까지 계속 자라게 됩니다.
9. 임신 17 주 ~ 18 주
태아는 눈을 깜박이기도 하고 팔과 다리가 길어지고 움직임이 활발하기 때문에 산모는 간혹 태동을 느낄 수 있는 분도 있습니다.
10. 임신 19 주 ~ 20 주
눈은 이제 얼굴의 중심부로 위치하여 거의 사람의 모습을 갖추었으며 장내에는 태변이 형성됩니다.
태아의 피부에는 지방질의 태지가 형성되어 있는 데 이는 수분으로 피부가 불어 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보호층입니다.
11. 임신 21 주 ~ 22 주
태아는 수시로 깼다 잤다 하지만 많은 시간을 자며 여아의 경우에는 자궁이 발달하기 시작합니다.
태지는 온몸을 덮으며 심장 박동은 점점 더 강력해 집니다.
12. 임신 23 주 ~ 24 주
기관지가 형성되고 여아의 경우 질이 생기고 남아의 경우 고환이 음낭 내로 들어 옵니다.
눈꺼풀과 눈썹이 생기며 뇌가 급격히 발육하기 시작합니다.
피부는 아직 투명하고 얇아서 혈관이 보이는 상태입니다.
13. 임신 25 주 ~ 26 주
척추가 형성 되며 33 개의 링과 150 개의 관절이 생깁니다.
폐혈관도 발달되는 데 나중에 산소 교환이 일어 나는 부분입니다.
영구치가 형성되고 콧구멍이 생깁니다.
14. 임신 27 주 ~ 28 주
폐에는 혈관 뿐 아니라 산소를 교환하는 폐포가 형성되어 숨을 쉴 수 있는 기능이 생깁니다.
대뇌는 좌우 반구가 형성되고 활성화 되어 뇌파가 나타나고 시각과 청각 기능이 생깁니다.
눈을 뜨고 망막도 기능을 시작하기 때문에 태아는 빛을 감지할 수 있습니다.
15. 임신 29 주 ~ 30 주
머리칼이 계속 자라며 눈은 완전히 형성됩니다.
아기는 외부의 소리를 들을 수 있으며 아마도 냄새도 맡고 맛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뇌는 체온 유지 기능과 호흡 기능을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있습니다.
16. 임신 31 주 ~ 32 주
눈꺼풀은 열렸다 닫혔다 하며 피부도 조금씩 주름이 집니다.
골수에서는 피가 형성되고 뇌 발육이 빠르기 때문에 머리도 커지고 폐는 완전히 성숙이 됩니다.
17. 임신 33 주 ~ 34 주
이때가 임신 전 기간에 걸쳐 양수가 가장 많을 때dl며 이후로는 말기까지는 대체로 양수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합니다.
피부는 핑크 색에서 다소 색깔이 옅어 집니다.
18. 임신 35 주 ~ 36 주
태아는 놀라서 눈을 뜨기도 하고 잘 때는 감기도 합니다.
면역 시스템이 형성되기 시작하는 시기입니다.
지방이 축적되어 태아의 팔과 다리는 포동포동해 지au 자궁 내에 꽉 차게 되고 손톱이 자라 뾰족해 집니다.
위장관의 기능은 아직 미숙한 데 이는 출산하고 나서도 일정 기간 마찬가지입니다.
19. 임신 37 주 ~ 38 주
이때부터 태아는 언제든 나올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팔과 다리, 목에는 주름이 잡히고 쥐는 힘이 강하여 물건을 움켜 쥘 수 정도가 되며 빛이 비추면 고개를 그 쪽으로 돌리는 반사가 나타납니다.
태변은 장에 많이 쌓이고 출산하면서 배출이 됩니다.
아기가 커져 자궁을 꽉 채우게 되어 움직임이 둔해지고 팔다리는 구부린 상태로 있게 됩니다
20. 임신 39 주 ~ 40 주
태아의 머리와 복부 둘레가 비슷한 크기가 되며 태지는 거의 없어집니다.
자궁 내 공간이 좁아 태아는 잘 움직이지 않습니다.
머리뼈는 다른 뼈와는 달리 아주 단단하지 않아 출산 시 산도에 맞추어 쉽게 변형됩니다.
눈물샘은 아직 형성되지 않아 울어도 눈물은 흐르지 않으며 출산 후 수주가 지나야 이런 기능이 생깁니다.
출산 시 아기는 300 개 정도의 뼈가 있지만 성인이 되면서 합쳐져 206 개의 뼈가 되고 태어나면서부터 70 가지 이상의 반사 작용을 가지고 있습니다.
위 목록은 임신 중 태아의 발달 단계를 나타낸 것입니다.
보시면 쉽게 아실 수 있듯이 수정 순간부터 출산 전까지의 연속적인 과정 중 어디까지는 인간이 아니고 어디서부터는 인간이다라고 의학적으로 분명하게 선을 그을 수 있는 지점은 없습니다.
그저 연속적인 발달 과정을 시기별로 나누어 놓은 것 뿐입니다.
태어난 신생아부터 영아기, 유아기, 그리고 소년 소녀를 거쳐 청소년과 성인이 되기 까지의 연속적 과정에 있는 존재를 모두 같은 인간으로 보는 것처럼 자궁 안에 있는 태아부터 이제 막 자궁 밖으로 나온 아기에 대하여도 연속적 과정의 인간으로 볼 수 밖에 없습니다.
태아를 인간으로 보지 않는다면 다른 어떤 것으로 가장 비슷하게 볼 수 있는 것이 있나 하는 질문에 대하여 마땅한 대답이 없는 점으로도 태아는 그저 인간, 오직 인간일 수 밖에 없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인간은 인종, 국가, 나이, 성별, 그외 사회 경제적 상황, 정치 종교적인 상황 등 어떤 것에 의해서도 차별받지 않고 모두 존귀하다는 것이며 사회 경제적 상황에 따른 차이로 조차 차별을 받아서는 안된다고 하는 인간의 권리가 그저 자궁 안과 밖이라는 사실에 따라서는 차이를 둘 수 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여하튼 의학적 견지에서 보았을 때 태아는 어느 시기에 있건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고 장차 인간으로 태어난다는 것입니다.
라. 태아와 산모는 어떤 관계인가?
태아와 산모의 관계는 태아 입장에서 보았을 때는 의존적이라고 말씀드렸지만 단순한 의존이 아니라 절대적 의존 관계에 놓여 있으며 태어난 어린이나 성장 과정의 어린이와 비교하기도 어려울 정도의 의존적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사실 이는 태아가 가진 큰 특징 중의 하나이기도 하며 낙태 문제가 왜 심각한 문제인지를 말해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태아를 임신했다는 것으로 하여 산모가 겪는 사회 경제적 비용도 적지 않겠지만 의학적인 관점에서의 비용 부담도 적지 않습니다.
이는 동물이나 곤충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로 출산을 하면서 죽는 생물도 적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현재는 의학의 발달로 모성 사망이 많이 줄었지만 비록 생명의 위협이 아니라도 여러가지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태아는 산모에게 일방적으로 희생만을 안기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출산을 한 산모들의 경험담을 일일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출산으로 하여 아기가 산모에게 주는 보람과 기쁨은 어느 것으로도 비교할 수가 없으며 의학적으로 유방암의 발생을 낮춘다거나 하는 등의 이득도 상당합니다.
물론 가장 중요한 이득은 자신의 2세를 남긴다고 하는 생물학적 본능을 충족한다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임신 출산으로 하여 산모는 잃는 것도 있고 얻는 것도 있습니다.
그래서 태아는 산모에 대하여 절대적 의존 관계이고 산모는 태아에 대하여 상대적 의존 관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하튼 태아라는 존재로 하여 산모가 막대한 생명의 위협을 받거나 혹은 안전이 절대적으로 좌우되는 것은 아니니까요.
이런 점으로 하여 태아는 산모에 대하여 상대적으로 약자의 위치에 처하게 되고 그 보호의 의무가 일차적으로 산모에게 가장 크게 부여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 태아는 최고의 가치로 보호 받아야 할 존재인가?
낙태 문제를 이야기하면서 많이 듣는 반박은 다음 두가지였습니다.
첫째는 여성의 자기 결정권 혹은 행복 추구권의 침해는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것이고 다른 한 가지는 태아는 인간과 마찬가지로 존중되어야 하는 생명이라고 보기 어렵지 않는가 하는 것입니다.
두가지 문제에 있어서 태아가 이미 태어난 인간과 마찬가지의 생명권을 가지고 있다는 주장에 동의한다면 여성의 자기 결정권이라는 것은 이미 의미가 상실된다고 하겠습니다.
왜냐하면 생명권보다 우선하는 다른 권리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태아가 생명권을 가지고 있고 더군다나 산모에게 그 일차적 책임이 있다는 것은 위에 언급한 바와 같습니다.
사회적으로는 시대적 상황에 따라 태아 심지어는 어린아이조차 정당하게 독립적 생명으로 존중받지 못한 시기가 있었지만 의학적인 점에서 보면 이는 논란의 대상조차 될 수 없는 것입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위 목록에서는 편의상 임신 주수로 나누어 두었지만 실제로는 연속적인 발달이며 선을 분명하게 그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의학적인 측면에서의 생존 가능성도 의학 기술의 발달에 따라 과거 8개월 이후의 태아가 생존이 가능했던 것에 비추어 현재 임신 5개월만 되어도 생존력을 가진 것으로 볼 정도로 그 기준이 많이 내려갔으며 의학의 발달에 따라 이 기준은 점점 더 내려가게 될 것입니다.
즉 태아는 이미 생명체로서의 존재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산모로부터의 외부적 도움에 의존하는 것뿐이며 그런 의존을 과학이 대신하게 될수록 조산이 사산이라는 등식은 폐기될 것이며 낙태는 살인에 점점 더 가까워지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태아의 경우 생명으로는 인정한다고 해도 그렇게 최고의 가치로 보장해 주어야 하는 생명으로 볼 것이냐 하는 점에서 논란에 대하여는 저는 의사로서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특히 생명의 잉태와 출산과 그 모든 과정을 아주 가까운 지근 거리에서 온몸으로 느끼면서 살아온 산부인과 의사로서 저는 산모의 뱃속에 들어 있는 그 존재는 태아라고 이름을 붙이던 무어라고 이름을 붙이던 생명체로 볼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합니다.
따라서 인간이 부여 받은 천부적 인권은 태아에게도 예외가 아니며 더불어 산모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한다는 점에서 우리 모두는 그 존재를 보호하고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회 경제적으로 어떻게 평가하든, 법적 관점에서 어떻게 평가하든 의학적 관점에서 태아는 분명히 살아 있는 인간입니다.
생명체 그리고 인간이 가지고 있는 모든 특징을 그대로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태아는 말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의 인권을 목소리 높여 주장하지 못할 뿐입니다.
무 같은 것, 혹은 씨앗을 켜는 키 같은 것, 아니면 새끼줄 같은 어떤 것이 당신 앞으로 오고 있다고 생각해 보십시요.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라고 물으면 위 묘사로는 그 대상물이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에 대부분 사람들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상에서 가장 큰 동물이며 긴 코를 가지고 있고 날카로운 상아를 가진 동물이 당신 앞으로 다가오고 있다고 하면 누구나 쉽게 코끼리를 상상하고 바로 그 자리를 피할 것입니다.
태아에 대하여 무엇인지 정확히 안다면 낙태라고 하는 괴물의 모습도 좀 더 분명하게 인지하게 될 것입니다.
낙태를 원하는 산모의 입장과 낙태를 막는데 따르는 많은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정부의 입장에서 보면 그럴싸한 말로 낙태를 포장하는 것은 당장 편할 지 모르지만 무섭게 달려 오는 코끼리를 그저 새끼줄과 같은 어떤 것이라고 판단한 맹인들이 겪게 되는 것과 같은 비극을 겪게 될 것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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