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덕
2010년 11월 12일
종종 신문 지상을 통해 어느 부모가 생활고에 쫒겨 아이와 함께 자살했다는 소식을 접하곤 합니다.
이런 사건은 엄밀히 말하면 동반 자살이 아니라 아이에 대한 살인과 부모 자신에 대한 자살이 혼합된 것입니다.
부모는 아이에 대하여 마음대로 할 상당한 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공부를 하기 싫어하는 아이를 혼내가면서 강제로 학교나 학원에 보내기도 합니다.
편식을 하는 아이를 위해 회초리를 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부모가 그렇게 하는 이유는 그런 교육과 계도를 통해 아이가 더 나은 삶을 살게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아이와 함께 자살하는 부모는 아이만 살아 남아서 험난한 세상을 살게 되는 것이 고통일 것이라는 생각에서 그런 행동을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만일 아이가 함께 죽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
그래서 비록 험난한 세상이지만 그래도 한번 살아 보고자 한다면?
그런 경우도 부모의 행동이 용서가 되는 것일까요?
그런 경우에 처벌을 하지 않는 것은 아이와 함께 죽을 수 밖에 없었던 각박한 현실 때문이 아니라 이미 처벌 대상자가 죽고 없어졌기 때문일 뿐입니다.
살인죄 중에서 가장 무거운 처벌을 받는 것은 존속 살해죄입니다.
즉 자신의 부모나 자녀를 죽이는 일은 제일 극악무도한 행위로 간주되어 처벌을 받습니다.
그런데 태아에 대하여는 남이 해코지 해서는 안되는 일이지만 태아의 부모만큼은 마음대로 죽일 수 있는 결정권을 갖게 해 달라고 요구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저 뱃속에 들어 있느냐 나왔느냐 하는 것에 따라 아무것도 아닌 일이냐 아니면 극악무도한 일이냐 하는 것으로 갈라 집니다.
참으로 아이러니 하고 안타까운 일입니다.
우리는 흔히 자신의 자식이라고 해서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뱃속에 있는 태아니까 당연히 산모의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내 아내이기 때문에, 혹은 내 자식이기 때문에, 또는 내 태아이기 때문이라는 구실로 우리들은 마음대로 그들의 생명을 혹은 건강을 훼손하는 일을 서슴지 않습니다.
이는 매우 잘못된 일이며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그들을 더 보호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내 아이이기 때문이라거나 내 벳속에 있는 태아라는 이유로 그들의 생명을 마음대로 좌지우지 해도 좋다고 생각하지 맙시다.
그들도 엄연히 살 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자신의 생명을 포기할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것은 그들 스스로에게 돌려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가능하면 그들 스스로 생명을 포기하는 일도 하지 않도록 설득해야 마땅합니다.
비록 그 이후의 삶이 생각처럼 호락호락 하지 않더라도 그래서 삶을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온다 하더라도 어쨋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는 날 전까지는 최선을 다해 살도록 도와 주어야 합니다.
삶은 누구에게나 한번쯤 살아볼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는 보편적 진리가 이 세상에서 사라지지 않는 한에서는 말입니다.
'심상덕 컬럼 2'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살, 타살, 그리고 낙태 (0) | 2010.11.17 |
---|---|
여성의 안전을 위해 낙태가 합법화 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하여 (0) | 2010.11.14 |
낙태는 여성의 권리라고 주장하는 이들에게 (0) | 2010.11.12 |
흡연과 낙태의 비교--비슷한 점과 다른 점 (0) | 2010.11.12 |
살아 있는 자들이 해서는 안되는 말을 하는 것에 대하여 (0) | 2010.11.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