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덕 컬럼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말라

junihome 2010. 8. 5. 18:46

나는 낙태를 줄여나가서 궁극적으로는 근절하자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을 하는 데 있어서 동료 산부인과 의사들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는 일반인 더군다나 여성들마저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게 비난 하는 이들 중에 대다수는 이 운동을 펼치는 나나 여기 있는 동료들이 정치적 야심 혹은 개인적으로 병원의 홍보를 위한 것이거나 혹은 알량한 도덕적 소신 아니면 고집스러운 종교적 신념 때문이라고 생각하면서 폄훼한다.

사실과 많이 동떨어진 매도라고 생각하지만 뭐 그렇다고 치자.

그러나 낙태를 대폭 허용해 주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무엇을 얻고자 해서 그러는 것일까?

자신의 경제적 편안함? 혹은 개인적인 삶의 질 유지? 혹은 그외 다른 것?

그무엇이건 간에 어쨋든 그들에게는 오직 자신에 대한 고려만 있다.

태아도 아니고 남편이나 남친도 아니고 부모도 아니고 오직 자기 자신에 대한 고려만이 있을 뿐이다.

물론 임신하고 출산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부담을 져야 하는 것이ㅊ 여성 자신이니 여성에게 가장 큰 결정권과 영향력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그리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여하튼 낙태를 주장하는 여성 혹은 여성 단체 사람들은 자신의 손해를 피하기 위해서 혹은 여성이 입을 손해를 피한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주장해 주는 것 아니겠는가.

그래서 나는 그런 분들에게 한번 물어 보고 싶다.

여러분들은 자신에게 득이 오는 것이 아닌 다른 것을 위해서 남으로부터 그리고 동료로부터 욕을 먹어 가면서 주장해 본 적이 있는가를.

있지도 않은 정치적 출세 야심이라거나 그렇지 않았다면 어느 정도 유지되었을 자신의 사업장인 병원을 망해가는 것을 감수하고라도 자신에게 돌아 오는 이득이 아닌 남의 문제를 위해 나서본 적이 있는지를.


나는 임신을 해 본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임신을 할 수 없는 남자이다.

그러나 여성에게 임신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전혀 모르는 사람은 아니다.

누구보다도 임신한 산모를  많이 본 사람 중의 하나이다.

어쩌면 아이를 한둘만 낳고 마는 산모 본인들보다 임신과 출산이 갖는 의미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 초래될 이득과 손해를 어쩌면 그들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이라고 해야 할 지도 모른다.

여하튼 수천명의 산모를 산부인과 의사보다 가까이서 진솔하게 살펴 본 사람은 없을 테니까.

최소한 임신한 그녀들에게 어떤 것이 득이고 손해인지 정도는 잘 알고 있다.


그러므로 이제는 제발 얼토당토 않은 매도로 낙태 근절 운동에 참여하는 사람을 비난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원치 않는 임신을 했다가 쉽게 낙태 수술을 받을 수 없다고 생각하고 괴로워 하는 산모 못지 않게 누구도 쉽게 할 수 없는 힘든 길을 가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안도현 시인의 다음 시를 다시금 생각해 보기를 권하는 바이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군가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2010년 4월 2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