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덕 컬럼

낙태는 악이고 낙태하지 않는 것은 선이다

junihome 2010. 8. 3. 19:52

우리의 낙태 근절 운동에 대하여 위와 같이 단정적으로 주장을 하면 안된다고 하는 분들이 있다.

그런 주장에 대하여 맞는 말인지 틀린 말인지를 말하려는 것이 아니고 솔직히 나는 그것이 맞는 말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낙태와 관련한 선악 논쟁에 대하여는 관심이 없다.

그저 낙태와 여성의 관계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다.


낙태의 위기에 몰린 산모가 낙태를 하지 않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또한 병의원을 운영하는 경영자의 입장에서 산부인과 의사가 낙태를 하지 않으면서 살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나는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여성이 낙태를 하지 못했을 때의 부작용에 대하여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

그리고 낙태를 하지 않는 산부인과 의사가 어떤 어려움을 겪어야 하는지도 잘 알고 있다.

낙태를 하지 못했을 경우 여성은 아기를 낳아서 기르는 데 따르는 큰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

의사는 경영자로서 빵점이라는 소리를 들으면서 어쩌면 병원을 폐원하거나 폐원은 아니라도 심각한 정도의 경영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까 낙태를 원하는 산모에게 낙태 시술을 해 주는 것은 산모나 의사로서나 둘다에게 어쩌면 쉬운 길이고 그 반대의 길은 그 둘에게 모두 힘든 길이다.

그럼에도 나는 그 길로 가자고 주장을 해 왔다.

종교적 신념도 아니고 선악으로 구분을 지을 수 있는 윤리 의식 때문도 아니다.

오직 낙태를 함으로써 그  여성이 감당해야 할  위험과 부작용과 낙태를 하지 않아서 오는 손해와 부담을 견주어 보았을 때 그 여성에게 어떤 것이 더 해로울까 하는 것만을 생각했을 뿐이다.

의사로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여성이 낙태를 하지 않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었으며 그것이 그들을 위한 최선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낙태라는 최악의 선택을 피할 수 있도록 해 주고 싶었다.


이제 낙태 문제에 있어서 공은 정부와 여성계를 포함한 사회로 돌아갔다.

어느 것이 여성들에게 좀 덜 나쁜 선택인지 심각히 고민해 보고 의사로서 자기 개인의 입장, 단체의 리더로서 자신의 입지 그런 것들을 벗어 버리고 진정으로 여성의 입장에서 어느 것이 나은 선택인지 결정하고 행동하기를 바란다.

나처럼 수십년간 낙태 의사로 살아온 의사이던 사람이 왜 낙태 근절 운동에 뛰어 들었을 지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이 가슴 깊이 느껴 보시기 바란다.

더군다나 일각에서 주장한 대로 그 사람이 앞으로 정치적으로 나서고자 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그리고 반대 진영에 섰던 분들이 주장한 낙태 근절 운동으로 인한 후유증과 부작용을 쉽게 목도하지 못하고 결국 있지도 않은 주장을 한 것이라는 것이 밝혀진다면 반대 입장을 폈던 분들은 겸허히 반성해야 할 것이다.


항상 그렇지만 말하는 것은 쉽지만 행동하기는 어렵다.

우리가 어렵게 시작한 행동을 쉽게 할 수 있는 말로 폄훼함으로써 운동에 참여한 의사들보다 더 큰 희생을 앞으로 두고 두고 겪어야 하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사회에서 가장 냉대받고 소외된 이들이다.

앞으로도 그들은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여성 그리고 낙태라는 낙인을 평생 가슴 속에 지고 살아가야 한다. 

 

2010년 4월 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