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를 지금처럼 자유롭게 혹은 지금보다 더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모 여성단체 분은 지금은 낙태를 처벌할 것인가 말 것인가 보다 왜 낙태를 하는가에 관심을 갖고 낙태를 하게 끔 만드는 사회경제적 현실을 바꾸어 나가는 데 사회적 고민을 집중해야 한다고 하면서 현실을 그대로 두고 낙태의 억제에 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지금의 프로라이프 의사회의 낙태 근절 운동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언뜻 들으면 그런 주장은 일견 타당한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이 즈음에서 궁금한 것은 지금까지 수십년간 낙태로 하여 거의 처벌을 거의 받지 않는 동안 왜 우리는 낙태를 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만드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것인가 하는 것이다.
혹은 노력을 기울였는지도 모르지만 왜 아무 것도 바뀐 것이 없는가 하는 의문이다.
여성 학자들 혹은 여성 단체 분들의 주장대로라면 이미 낙태가 자유로운 수십년간 우리나라는 왜 그런 인프라가 갖추어지지 못한 것일까?
이런 환경이 갖추어지지 못한 것은 의사인 내가 보기에는 너무도 당연한 것이다.
우리 몸에 생기는 병에 견주어 비유를 하자면 몸에 질병이 생기면 대부분은 무엇이건 간에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통증이건 가려움증이건 혹은 출혈이건 여러가지 증상이 생기며 특히 통증은 인간이 자신의 몸을 보호하기 위하여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일례로 손에 불이 닿으면 그 뜨거움으로 해서 손을 피하게 되는데 만일 통증이 없다면 손가락이 불에 타서 없어진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물론 모든 병에 증상이 있는 것은 아니다.
간 질환 같은 경우 간 기능이 굉장한 정도로 손상을 받거나 혹은 종양이 아주 큰 정도로 생겨도 별 다른 증상이 없는 수가 많다.
그래서 간질환의 경우 어지간한 관심을 가지고 정기 검진을 받지 않으면 조기 발견하기가 아주 어려운 편에 속한다.
낙태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낙태를 마음대로 할 수 있는 환경에서는 낙태를 안해도 되게 미리 피임을 하거나 혹은 낙태를 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을 바꾸도록 하는 쪽으로 사회적 관심을 이끌어 내기는 굉장히 어렵다.
즉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질병에 대하여 진단과 치료를 소홀히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낙태 문제를 해결하려면 낙태가 힘들어야 하거나 낙태를 하지 못함으로 고통이 수반되거나 아니면 최소한 낙태를 함으로써 상당한 고통이 수반되어야 한다.
무관심한 정부 그리고 사회로 하여금 낙태라고 하는 우리 모두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해결에 나서서 결코 누구도 원치 않는 낙태를 스스로 안 하게 하기 위해서는 이 세가지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
낙태를 하기 어렵게 하거나 낙태를 하지 못함으로써 고통이 수반되는 것은 당장 낙태를 해야 할 필요를 느끼는 사람에게는 너무도 괴로운 일이라서 선택하기 어렵다면 최소한 한가지는 해야 할 것이다.
낙태를 함으로써 고통과 후유증이 적지 않다는 점을 알리는 일이다.
문제는 이 일을 누가 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낙태 하는 당사자?
그들이 과연 그렇게 할 필요성을 느낄 것인가?
이런 부분에서 의지를 가지고 도와 주어야 하는 것은 여성의 건강 문제에 관심을 가진 의사 그리고 여성의 인권을 위한다는 여성 단체의 리더들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는 자신이 정말 해야 할 일을 잊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손가락이 불에 데이지 않도록 불로부터 손을 떨어트리라고 호소하지 않고 또 위험한 불을 치워 달라고 호소하지 않고 그저 불타는 손의 통증을 없애달라고 주장을 하는 것처럼 바보스러운 일은 없을 것이다.
우리 모두가 최선을 다해서 해야 하는 일을 현실이 어떠니까 하는 구실로 방치함으로써 오늘도 많은 여성들은 어두운 수술대에 올라 괴로운 눈물을 흘려야 한다.
2010년 3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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