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고등학교 3학년 때인 1974년 인혁당 사건이 일어나서 학교가 뒤숭숭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대학교 1학년이던 1975년 8명이 재판을 받고 바로 다음날 사형 당하는 것을 보고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런 일을 보면서도 전국이 조용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그 때 마음속으로 두려움을 느꼈었던가를 생각하면 그렇지는 않았다. 두려움을 개인이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전국을 두려움이 이미 오랜 기간 뒤덮고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35년이 지난 지금도 '사찰' '억울한 판결' '솜방망이 처벌' '처벌적 세무조사' '날치기 통과' '유전무죄 무전유죄' '양심선언자의 말로' 등의 단어를 매일 듣고 있는 것을 보면 군사독재정권 시절에 설치했던 두려움의 장막이 아직도 다 걷어내지지 않은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두려움은 사람을 정의롭지 않게 만든다. 개개인이 정의로울 수 없게 만든 사회가 어떻게 정의로울 수가 있을까! 정의롭지 않은 사회에서 살고 있다는 것은 항상 불행을 느끼게 한다. 내가 언제 불의한 일을 당할지 모르는 기본적인 불안이 깔려 있는데 어찌 행복하겠는가!
며칠 전 갤럽이 조사한 행복한 나라 순위에서 덴마크가 1위, 한국이 56위를 차지했다. 현재 가장 극심한 경제위기를 맞은 그리스(50위)나 내전을 겪은 후유증이 아직도 남아 있는 코소보(54위)보다도 행복하지 않은 나라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주관적 행복지수'는 OECD 20개국 중에서 꼴찌였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스스로를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보다 경제수준이 훨씬 낮은 코스타리카가 '주관적 행복지수' 1위이고, 갤럽 조사 행복한 나라 순위는 6위인 것을 보면, 우리나라 사람이 느끼는 불행의 이유가 경제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 확실하다. 정치의 불의, 교육의 불의, 경제의 불의, 대인관계의 불의, ...... 이런 것이 가져다 준 두려움 때문이 아닐까?
[옛날 이야기 카테고리에 담는 글이지만, 내용을 보니 지금 이야기 카테코리를 만들어 담아도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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