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

UAE 원전 수주 기사 내용이 국내신문과 해외신문이 왜 다를까?

junihome 2009. 12. 30. 03:42

2009년 12월 27일 UAE 원자로 4기 건설계약을 한국이 맺게 됨으로 연말 빅 뉴스가 되었다. 좋은 일이다. 장기적으로 해외에서 돈을 벌어올 수 있고 고용창출도 많이 되니까. 좋은 일이기 때문에 뉴스도 조심스럽게 잘 만들어 국민들에게 알리고, 좋은 일이라고 너무 흥분해서 만일의 경우 더 크게 실망하지 않도록 정확하고 자세한 보도를 해야 한다.

그런데 원전 수주 직후 신문과 인터넷에 알려진 수주 금액이 다르다. 국내 신문은 일제히 400억 달러 수주라고 헤드라인을 뽑았고, 해외 신문은 일제히 200억 달러 수주라고 헤드라인을 뽑았다. 왜 우리나라 언론에서 두 배 뻥튀기 된 제목을 사용했을까? 이번에 한전과 UAE 간에 체결한 계약은 2017년에 제1호기를 완성하여 2020년까지 모두 4기를 공사하는 건설부문에 관한 것이다. 그 계약 금액은 200억 달러이다. 나머지 200억 달러는 무엇인가? 우리나라가 건설부문을 담당했으니 원자로 완공 이후 2021년부터 60년간 발전소 운영과 폐기물 처리에 관한 계약을 UAE가 우리나라와 맺을 확률이 높으므로 그 비용 200억 달러를 추가해서 400억 달러 공사를 획득한 것처럼 뉴스 제목을 만들게 된 것이다. 물론 국내 신문에서도 자그마한 글씨로 이와 같은 설명을 붙인 경우도 있다.

이렇게 했어야 했다. 이렇게 뉴스 제목을 만들어야 했다.

'UAE 원전 200억 달러 공사 한전이 수주'

- 2020년 운영 계약까지 체결할 경우 60년 간 200억 달러 추가 수주 -

 

그리고 이번 사업이 워낙 장기적이고 대규모인 사업이므로 전국민이 서로 격려하고 축하하는 분위기로 갔으면 훨씬 좋았을 것이다. 다음과 같이.

현 정부와 대통령

"지난 11월 16일 월스리트저널의 기사대로 되었습니다. 한전이 수고해서 이미 지난 달에 한국이 계약을 체결할 확률이 99%가 되었습니다. 국내 기업과 원자력 발전의 기술을 축적한 한전, 그리고 과학자들의 지난 30년 간의 노고가 열매를 맺었습니다. 지난 참여정부에서 원전 해외수출을 정책사업으로 정하고 추진했는데 드디어 성사가 되어서 기쁩니다. 이와 같이 다음 정부에서도 이번 사업을 잘 이어나가서 오랜 기간 국민들에게 수익을 안겨주기를 바랍니다."

지난 정부의 대통령

"우리 기업들과 공무원들이 다 해놓은 거죠. 제가 덕 좀 봤습니다."

 

또 한 가지, 계산은 해보고 좋아해야 할 이유를 찾도록 하자. 흥분만 하지 말고.

건설부문에서 남길 수 있는 수익은 어느 정도일까? 분명한 것은 대단히 저렴한 가격을 불렀던 것이 계약을 따내는 데 큰 요인이었던 것이다. 그 가격에 맞추어서 공사를 했을 경우 기대만큼 큰 수익을 남기기는 어려울 것이다. UAE에 시공하는 원전은 현재 우리나라에 공사 중인 신고리 3,4호기와 같은 것이다. 한전 관계자가 말하기를, 신고리 3,4호기 건설비가 5조 원이므로 UAE 원전 건설비를 10조 원으로 상정한 것은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국내 건설비용과 해외 건설비용이 똑같을 수 있을까? 인건비도 비싸지지만 체제비도 만만치 않아서 자칫하면 2배 정도의 총 인건비가 소요될 수도 있다(인건비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모두 가서 공사에 참여할 때 우리나라의 수익으로 봐야 하니 노동자들에게는 좋은 일이다). 물류비용과 장비 수송이나 임대 비용이 추가되는 것도 당연하다. 그리고 2009년 말 시점에서 계약을 했으니 완공이 되는 2020년까지 11년 동안의 물가상승율을 고려한다면 실제 수익은 어느 정도일까? 컨소시엄 중에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일본 도시바가 12%의 지분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이 두 회사가 담당하는 것은 원자로 핵심부품이다. 그래서 전체 공사비 중에서 차지하는 지분은 작지만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이다. 토목과 건축에 비해서 부품 납품하고 큰 수익을 남기는 장사를 그들이 하게 된다. 그래서 실제로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부문은 2021년 이후 발전소 운영과 폐기물 처리 분야이다. 이 운영계약을 따내야만 후손들에게 보탬이 되는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아직 계약을 체결한 것이 아니다. 2021년에 또 한 번의 수주 전쟁을 치러야 한다. 그 계약을 따냈을 때에도 우리가 생각해야 하는 것은, 무려 향후 70년에 걸친 프로젝트가 400억 달러짜리라는 것이다. 연평균 6,700억 원짜리 장사이다. 10%의 고수익을 낸다고 했을 때 연평균 670억 원을 버는 것이다. 최대의 성과를 상상했을 때에도 실상 그렇게 큰 수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이번 수주와 관련하여 다른 사업들을 수주하여 수익을 내는 기대를 하는 것이지, 꼭 이번 공사 건으로 어마어마한 수입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수입이 생긴다 해도 많은 국민은 그 결과를 구경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다음의 일이 될 것이다. 조심스럽게, 그리고 정교하게 사업을 진행해서 좋은 결과를 얻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더불어 언론을 통해 정보를 얻는 국민들에게 정확한 실상을 소개해주기를 바란다.

 

[과거에 원자핵공학을 전공했던 사람이라서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고 자료를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걸프뉴스는 중동지역, 특히 UAE의 뉴스를 가장 빨리, 정확히 알리는 언론이다.

 

로이터통신의 헤드라인은 "한국 정부는 UAE와 200억 달러 원전 공사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하다"

[한국 정부 발표 인용 헤드라인이 왜 한국에서는 같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