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이야기

2012년 9월19일 Facebook 첫 번째 이야기

junihome 2012. 9. 19. 02:39
  • [응급피임약 바로 알기 05] 원치 않는 임신과 낙태를 줄일 수 있다고?

    원치 않는 임신과 낙태를 줄이기 위해서 응급피임약을 쉽게 구할 수 있어야 한다?

     

    □ ‘원치 않는 임신과 낙태의 예방’을 위해서 응급피임약을 일반의약품으로 전환하여 쉽게 구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주장은 잘못되었다는 것이 이미 증명되었습니다.

    외국에서 응급피임약이 제조되어서 보급되었던 1990년대에 학자들은 사전피임으로 보호하지 못했을 때 응급피임약으로 막으면 원치 않는 임신과 낙태를 예방하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어떤 학자는 응급피임약을 많이 보급하면 낙태율이 50%가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좀 더 응급피임약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 전문의약품으로 하지 말고 일반의약품으로 지정해서 약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습니다. 실제로 많은 나라들이 그렇게 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응급피임약을 수 년~십수 년 보급하고 사용해 본 결과 ‘원치 않는 임신과 낙태의 예방’이라는 것은 허울뿐인 명분이라는 것이 외국의 연구보고서에서 모두 밝혀졌습니다. 무제한적으로 구입할 수 있게도 해보고, 무료로 제공해서 반복사용을 하도록 하는 임상실험도 해보았지만 결과는 예상과 달리 나왔습니다. 전세계 23개국에서 보고된 임상결과를 보면 낙태율은 그대로이거나 도리어 늘었습니다.

    안나 글래지어(Anna Glasier)는 응급피임약에 대한 연구를 가장 많이 한 학자 중에 한 사람이고 1990년대부터 응급피임약의 보급을 적극 옹호했던 사람입니다. 그러나 실태연구를 하면서 응급피임약의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었습니다. 2004년 Contraception誌에 발표한 그녀의 가장 유명한 글의 한 줄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응급피임약은 ‘믿음’에 비해서는 ‘실제적인 효과’가 적다. 응급피임약의 효과는 신뢰성 없는 데이터와 수많은 가정(假定)에 근거했기 때문에 과거에나 최근에나 효과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어 왔다. 응급피임약을 사전에 보급했을 때 ‘몇 명’은 ‘가끔’ 임신을 피할 수 있겠지만, 응급피임약 정책은 기대했던 수준의 공중보건 증진을 가져오지는 못했다.”

    [Contraception, 안나 글래지어, “응급피임약 사전 보급이 낙태율을 낮추지 못한다.”, 2004년]

     

    대중적으로 정보를 검색하는 사이트 위키피디아에서 응급피임약을 찾으면 거기서도 안나 글래지어의 좀 더 최근 글(2006년)이 아래와 같이 인용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보는 사전과 같은 위키피디아에서도 응급피임약의 용도와 한계를 설명해 주고 있는데 왜 참고를 하지 않을까요?

    2006년 9월, 응급피임약 전문가인 안나 글래지어는 ‘응급피임약, 그만큼 가치가 있는가?’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BMJ(영국의협저널)에 제출했는데, 결론은 다음과 같다. “그래서 응급피임약이 그만큼 가치가 있는가? 당신이 비피임 상태에서 성관계를 한 여성이라면 물론 있을 것이다. ‘몇몇’ 여성이 ‘가끔’ 응급피임약으로 피임할 수 있을 것이고, 임신을 원치 않는다면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는 것보다는 응급피임약을 복용하는 것이 낫기 때문이다. 당신이 캐나다의 CMAJ(캐나다의협저널) 편집자(진보여성주의자)나 식약청장이라면 가치가 있다고 말할 것이다. 과학적 자유를 추구하는 싸움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신이 낙태율을 줄일 수 있는 개입방식을 찾고 있다면 응급피임약은 해법이 아닐 것이며, 성관계 후가 아닌, 그 전(사전피임)이나 성관계 중(콘돔)에 피임할 것을 독려하는 데 최대한 힘써야 할 것이다."

     

    □ 응급피임약의 통제 없는 보급은 원치 않는 임신을 예방하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유발합니다.

    응급피임약를 항상 열려있는 비상구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나마 하던 사전피임도 게을리하게 됩니다. 또한 응급피임약의 피임효과를 과신하고 사용했다가 원치 않는 임신을 하게 되고 낙태여부를 고민하게 됩니다. 그리고 아무리 홍보와 교육을 해도 응급피임약의 용도와 맞지 않게 오남용하는 것을 현실에서 막기는 어렵습니다.

    스웨덴은 2001년 다른 나라들보다 가장 빨리 응급피임약을 일반의약품으로 전환시켰습니다. 그 이후 2007년까지 스웨덴의 응급피임약 판매량은 2배로 늘었고, 수도 스톡홀름에서는 3배로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낙태는 2000년 30,980건에서 2007년 37,205건으로 20%가 늘어서 보건당국이 고민하고 있습니다. 한편 스웨덴 여성들은 경구피임약의 부작용을 우려해서 대신에 응급피임약을 사용하는 쪽으로 선택을 잘못해서 매년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응급피임약 오남용의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 어렸을 때 많이 들었던 공익광고 문구가 있습니다. “약 좋다고 남용 말고, 약 모르고 오용 말자!” 응급피임약에 딱 맞는 문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