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덕
2010년 11월 23일
얼마전 국가인권위는 최근 현행 법률에서 낙태가 범죄화 돼 있어 여성의 안전과 생명권을 위협하고 있다는 여성민우회의 진정요구를 받아들여 내년, 이에 대한 유효성 등에 대해 논의하는 공론의 장을 만들것이라고 밝혔다고 합니다.
국가인권위는 그런 공론화 과정을 통하여 복지부의 인공임신중절 예방종합계획의 타당성 및 유효성에 대한 문제를 검토하고 나아가 낙태 금지법이 여성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는 부분은 없는지 하는 점에 대하여 공론화를 거쳐 바람직한 해법을 권고하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이런 국가인권위의 결정의 배경에 여성 단체의 진정이 있었고 따라서 여성 단체의 주장을 반영하여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그 결정에 대하여 그리 흔쾌한 마음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그 결정 자체는 존중하며 어떤 점에서는 환영하는 바입니다.
왜냐하면 누누히 말씀드리지만 낙태 현실을 개선하는 데 있어서 가장 나쁜 상황은 지금 우리 사회가 처한 상황이라고 생각해서 입니다.
법에서는 엄격히 금지하고 있지만 법은 작동하지 않고, 사회적 여론에서는 낙태 금지를 말하고 있지만 하루 1000명 이상의 태아가 희생될 정도로 무감각해져 있고 , 국가 사회의 리더라 할 정책자와 정치가들은 낙태를 줄이기 위해 나서기 보다 포퓰리즘에 의존해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것조차 꺼리고 있고, 생명 지키기에 앞장서야 할 산부인과 개원의사들의 90% 이상이 낙태를 금지한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낙태에 관하여 우리 사회는 금기이자 위법이지만 금지는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즉 한마디로 말해서 행동과 말이 모순되고 있다라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궁극적으로 낙태는 근절 되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런 목적지에 이르기까지는 거쳐야 할 단계가 있는데 그 가장 첫 단계는 현실에 대하여 올바른 인식을 갖추는 일이고 그것을 위한 기본 조건은 낙태 문제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낙태 당사자로든 아니면 낙태에 대한 잠재적 수요자로든 혹은 낙태로 인한 수입이 병원 경영에 매우 중요한 일선 의사로서든 혹은 낙태 근절을 위해서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 투자가 필요한 정부로서든 참담한 낙태 현실에 대하여 외면하고 싶다는 것은 이해가 갑니다.
그러나 낙태에 대하여 이쪽이든 저쪽이든 해결이 되려면 우리가 얼마나 낙태를 하고 왜 낙태를 하며 누가 낙태를 하고 낙태를 함으로써 어떤 이득과 손해가 발생하는 지를 분명하게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낙태 허용이든 낙태 금지이든 각각의 경우에 발생 가능한 모든 부작용과 손해를 테이블 위에 올려 놓고 가장 큰 위험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 위험을 피해가는 가장 현명한 방법은 무엇인지에 대하여 사회의 공감대를 모야야 합니다.
따라서 저는 낙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가장 기본적인 전제인 현실 인식을 위해 낙태 공론화를 찬성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그 불순한 저의에도 불구하고 제가 국가 인권위의 낙태 공론화 결정에 대하여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려 우리의 낙태 현실은 더 이상 나쁠 수가 없다는 것이 제가 가진 인식입니다.
설사 낙태에 관하여 합법화가 된다고 해서 당장 낙태가 대폭 늘어 날 것이라고도 저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미 낙태를 하고자 하는 사람은 어떻게든 다 낙태를 하고 있으며 낙태가 합법화 되었다고 일부러 낙태를 하기 위해 임신하는 사람도 없을테니까 말입니다.
물론 잠재적 낙태 수요자에 대한 억지력의 감소로 향후 서서히 낙태율이 늘어날 가능성은 있습니다.
낙태 합법화로 인해 낙태가 더 늘어날지 어떨지는 모르지만 최소한 낙태를 줄이는 것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하는 주장도 있습니다.
물론 맞는 말이고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낙태 근절을 요원하게 하는 것은 그런 낙태 합법화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낙태가 불법으로 있으면서 누구나 그런 법쯤은 무시하고 지키지 않는 풍토, 낙태가 불법으로 금지되어 있으니 낙태 근절 차원에서 아무 문제가 없지 않냐고 생각하고 손 놓고 있는 안이한 태도가 널리 퍼져 있는 현재의 상황이 낙태 근절에 있어 가장 해로운 상황이라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따라서 저는 낙태에 대하여 이런 의견이든 저런 의견이든 적극적으로 내서 이제는 이 문제에 대하여 가부간 끝장을 내기를 바랍니다.
낙태 문제를 끝장 내자는 것이 아니라 (낼 수 있다면 끝장을 내면 좋겠지만 끝장 내고 싶다고 끝장 내지는 것이 아닌 것은 외국의 사례를 보아도 알 수 있는 일이므로) 낙태 문제에 대하여 우리 사회가 나아갈 방향 설정에 대하여는 최소한 끝장을 내자는 이야기입니다.
이쪽으로 정할지 저쪽으로 정할지 말과 행동을 일치시키자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과연 어느 것이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올바른 것이었는지 알기 위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내 놓고 도출된 결론에 따라 한번 가보자는 것입니다.
어느 쪽이 되었든 우리가 올바른 선택을 했는지 아닌지를 확인하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테니까 말입니다.
우리의 주장이 여성의 건강과 태아의 생명 존중에 더 보탬이 되었는지 아니면 여성 단체의 주장이 여성의 건강과 태아의 생명 존중에 더 보탬이 되었는지 이제는 한번 솔직하게 드러내서 비교해 보자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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