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덕 컬럼

노예, 여성, 어린이, 그리고 태아

junihome 2010. 9. 9. 20:33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을 종으로 부리면서 재산권처럼 생사 여탈권을 행사했던 노예 제도가 없어진 것은 1815년 빈 회의가 최초의 논의라고 하니 불과 200년 전까지는 어떤 종류의 인간이 다른 부류의 인간을 인격체로 보지 않고 그저 자신의 종속물로 치부하는 것도 그리 이상할 것이 없이  받아들여지는 시대였습니다.


여성의 참정권이 최초로 받아들여진 것은 1928년 영국입니다.

1832년 챠티스트 운동과 여성의 참정권 획득 운동이 시작된 지 거의 100년의 시간이 경과한 때의 일로 여성의 인권이 가장 발달했다는 나라에서 조차 여성이 남성과 동등하게 인정을 받은 것은 100년이 넘지 않았습니다.


어린이가 독립적 개체로 인정되던 최초의 일은 1899년 미국의 소년범 분리 형사 절차법의 도입이라고 하는데 이도 불과 100년 남짓 밖에 되지 않은 것이고 그 시기 이전까지 대부분 어린이는 부모의 부속물로 부모의 마음대로 다루면서 독립된 개체로 취급받지 못하거나 차별적 대우를 받았습니다.


태아는 아직도 많은 나라에서 독립된 개체로서의 권한을 전혀 갖지 못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얼마의 세월이 흐른 뒤에 태아의 생명도 부모나 사회가 함부로 다룰 수 없는 것이라고 하는 공감대가 생길 지 모르겠습니다.

다른 종족의 인간이, 그리고 약자인 여성과 어린이가 똑같은 인격으로 존중받기 시작한 것이 불과 100년 내지 200년 밖에 안 된 것을 감안하면 태아에게는 아마도 그런 날은 멀리 남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 시기가 멀면 멀수록 우리가 역사 앞에 부끄러워 해야 하는 기간이 길어지고 부끄러워해야 하는 사람이 많아집니다.


태아도 당당하게 존중 받을 가치가 있는 존재입니다. 


(아래 사진의 해석--

죽어서 천당에 간 흑인이 역시 죽어서 천당에 온 태아의 영혼을 안고 하는 말입니다.

"나는 네가 어떻게 느끼는 지 알아. 

내가 저 아래에서 노예로 살고 있을 때 법정에 있는 사람들은 아무도 나 역시 완전한 인간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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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7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