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

[우리말 사랑하기] 자체, 자체, 자체의 말홍수

junihome 2010. 8. 31. 00:32

 

 

'자체, 자체, 자체'의 말홍수

'자체'는, 명사 뒤에 붙여 사물 본래의 바탕이 그렇다는 것을 강조할 때 쓰는 단어입니다. 다른 요소를 비교하지 않고도 그 본성이 독특한 차별성을 나타날 때 사용할 수 있는 말입니다. 영어의 itself, himself 와 같은 표현방식입니다. "외제자동차 중 OOO은 엔진 자체가 다른 자동차들과는 달라요. 경비행기용 엔진을 사용하니까요." 이와 같이 본성이 다른 것을 구별하여 말할 때 쓰는 단어가 '자체'입니다. 그러므로 특별한 화제가 아니라면 1년에 몇 번 쓸 일이 없는 단어입니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들어보면, 또는 방송을 보게 되면, '자체'라는 말이 단어마다 뒤에 붙어 습관적으로 발음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러다가는 5분 발언을 하면 자체라는 단어를 수십 번 듣게 되고, 우리나라 언사(言辭 말씨, 말 사용하는 투)가 되어버릴 것 같아 걱정입니다.
"내가 자동차 자체를 몰고 운전 자체를 하는데 기분 자체가 좋더라."
특히 공무원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일반인에 비해서 유난히 자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자체'라는 말을 사이 사이에 쓰면, 격조있고 유식한 말처럼 들리나 봅니다.

아예 자체라는 말 자체를 쓰지 말아서 우리말의 혼돈을 막아 주시기 바랍니다. 자체라는 말 자체를 쓰지 않겠다고 마음 먹으면, 가장 적절한 때에 한두 번 사용하게 될 것입니다. 직장의 고위직이라면, 직원들이 자체라는 말을 적절하지 않게 사용하면 조정해 주시기 바랍니다. 세계에서 가장 표현이 다양하고 아름다운 우리말의 품위를 지켜 주시기 바랍니다.

* 40년 전부터 한동안 우리나라 야구 해설가의 대명사로 불렸던 분이 계십니다. 하OO 씨. 그분의 말씨에는 '역시'라는 단어가 특징이었습니다. 발언의 시작마다 '역시'를 붙이는 것이 습관이었습니다. '역시'라는 말도 아무 때나 남발하여 사용할 수 있는 말은 아닙니다. "역시 하OO 씨가 야구 해설은 제일 잘 한다." 이런 때 쓰는 말입니다. 그러나 "역시 아웃되었습니다. 역시 공수가 교체됩니다. 역시 공을 잘 던져야 역시 오래 버틸 수 있습니다. 역시 잠시 쉬었다가 5회 말이 시작되겠습니다." 하OO 씨의 '역시'는 '역시' 영향력이 커서 요즘은 야구뿐만 아니라 모든 스포츠 종목의 해설가들의 말버릇이 되었습니다. 심지어 표준어와 문법을 지켜야 하는 중계 아나운서도 '역시'를 '역시' 즐겨 씁니다. 이와 같은 '말씨의 오염'의 예가 있기 때문에 '자체'의 전염을 우려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