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이야기

어느 여성의 산후우울증 극복 경험담

junihome 2010. 3. 17. 03:12

어렸을 때부터 내가 알고 지냈던 여성이 이제는 결혼하여 아기 엄마가 되고, 그 아기 엄마가 되는 과정의 갈등을 겪어낸 경험담을 자신의 블로그에 적었다. 그것을 그대로 이 자리에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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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나를 위해서 쓰는 글이다.

 

난 한번도 내가 전업주부가 될꺼라고 생각하면서 공부를 하거나 일을 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내가 다녔던 20년간 몸담았던 목산교회에 김현철 목사님께서는 늘 아기를 낳으면 엄마가 키워야

한다고 가르쳤지만, (요새 세상에 참 이상하게 들리는 말씀이었는데.. 그 이유는 아기의 인격형성과 평생을 아기가 어릴때가 결정하기 때문이고, 이때 엄마가 꼭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언젠가 부터 '흥~ 여자라고 집에만 있어야 된단 법이 어디있어, 그러면 난 애 안 낳고 결혼도 안할래~' 이렇게생각하고 고개를 빳빳히 들고.. 살림이며 육아며 절대 관심을 가지지 않았었다.

 

그래도, 어찌 이런 나를 어여쁘게 봐준 우리 신랑이 5년이나 공들인 끝에, 결혼을 하게 되었고,

또 신랑의 살살 꼬임에 넘어가 (^^) 금새 윤건이를 가지고 낳게 되었다.

 


 

그리고, 정말 이상하게도 친정어뭉은 외국에 가게되고, 시어뭉은 몸이 안 좋으시구, 아줌마에겐

맡기기는 도저히 싫은 상황이 되면서..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다.

(육아휴직까지 내 주신다고 붙잡으시던..  내가 그리도 사랑했던 직장을.. ^^;)

 

내가 전업 주부가 된 것이다~

 

그리고, 살림과 육아에 절대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대가로.. 완전 엄청난 고생이 기다리고 있었다.

시집가기 전까지 빨래도 밥도 한번 내손으로 안해봤던 나는, 시집와서 반찬 만들줄 몰라서 고군분투하다가 윤건이 가지고 입덧하면서 직장다니기만도 너무 버거워서 밥은 전기압력솥 시키고, 반찬은 가게에서 시켜 먹었었다.

 

그러던 내가, 아가를 키우고, 신랑 밥해 먹이고, 나도 밥 먹고, 아가 빨래도 하고, 설겆이도 하고, 청소도 하고, 그리고 아가 이유식까지 만들어야 하는 엄마가 된 것이다!

 


 

 

이런이런.. 정말 대가는 혹독했다.

 

배속에 아가를 품고도 일이 재미있어서 밤까지 새가며 일해서 그랬는지..

윤건이는 32주부터 나오려구 그랬고, 5주의 침대생활과 입퇴원 반복 끝에 37주만에 윤건이를

낳게 되었다.

 

그리고 사다먹은 반찬 탓이었을까? 윤건이는 3개월때부터 아토피로 고생을 했다.

모든 것이 서투르고 당황스럽기만 한 엄마 품에서 윤건이도 편하지 않았는지, 잠도 안자구..

맛없는 이유식은 거부~

 

이런 모든 것을 떠안은 채, 아기가 3개월때 남편 직장 근처로 이사했고, 주변에 아는 사람도 없고

고립된 나날이 이어지고..

 

결국 슬며시 찾아온 것은 '산후우울증'이었다.

 

우울증이니 산후우을증이니 말은 많이 들어봤지만, 정말 남의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어느날 부턴가 윤건이가 잠을 자고 있어도 불안해서 깨고, 말 수가 줄어들고, 부정적인 생각이

나를 지배하면서 불안,초조가 이어졌다. 당연히 일상생활도 제대로 안되서 정말 심해졌을대는 청소도 빨래도 못하고 오로지 밥해먹고 윤건이 돌보기만으로도 허덕였다. 이것도 어찌했는지! 정말 기적이다.

 

살도 16키로가 6개월만에 다 빠지고, 지금 그때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면 내가 정말

이상했구나.. 싶다. 표정은 웃고 있는데, 멍한 눈빛이며.. 다크서클이며.. -_-+

 

이런 산후우울증은 갈 곳을 모르고 결국 완전 심각해져서,

병원에 가서 약을 먹어야 한다는 남편과 식구들이 판단이 들 정도가 되었다.

 

평소에 발랄하고 기세좋던 나를 알고 있던 남편이며 가족들이기에..

가까이 있었어도 내가 이렇게 심각한 우울증이라는 걸 아는데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렸다.

그건 그런 내가 부끄러워서 그들에게는 괜찮다고, 잘하고 있다고, 숨겼기 때문이다..

그냥 힘들다고, 우울하고 숨이 막힌다고 말했으면 되었을 것을.. 참 바보 같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병원에 가서 약을 먹고, 친정 엄니가 몇달동안 같이 살면서 도와주시고,

남편이며 가족들이 여기저기 데려가주고 용기를 주고.. 한약도 한재 먹고 나니 이제서야

조금 정상으로 돌아온 것 같다.

 

그리고 나는 나 나름대로 이렇게 된 원인을 살펴보고, 내 마음을 다독여 주고 싶어서

심리상담도 따로 받고 있다.

 

이 모든 것을 겪고 나니..세상이 조금 다르게 보인다.

 

정신과 선생님께 "왜, 내가 이런 일을 겪었을까요? 전 우울증에 걸려본 적도 없고,

정말 이럴줄 몰랐어요.." 그랬더니 선생님께서는 "위기는 기회이고, 성장의 발판이 될 수

있습니다. 크기 위한 기회였다고 생각하세요.." 그러시는 거다.

 

그렇지, 하나님께서도 내게 이런 일을 허락하신 이유가 그것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나름대로 전업주부로 즐겁고 행복하게 사는 법, 산후우울증따위는 훠이~ 보내는 법을

찾아 여러 책을 읽어보었고,나름대로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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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건 맘이 생각하는 전업주부로 즐겁고 행복하게 사는 법, 산후우울증따위는 훠이~ 보내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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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하나님을 바라보자.

 

기본 중에 기본인 이것 조차도, 하나님도 생각나지 않을만큼 힘들고 어두운 나날이었다...

 

내가 그런일을 겪었다는 것을 알고 한걸음에 달려와주신 어영전도사님께서

'하나님을 바라봐야하며, 어두운 세력에 대항하는 기도를 해야합니다' 하셨을때 알게 되었다.

 

호시탐탐 틈만 노리던 어두운 세력이 어느새 나를 쓱 장악했다는 것을.. 공교롭게도 이사온 이 지역은 점집으로 유명한 지역이었고, 몰랐는데 조금만 나가면 점집이 빼곡한 골목이 있었다.

 

너무 무서워서 다음에 찾아와주셤 백주년기념교회 목사님께, "이사를 해야할까요? 두려워요~~" 그랬더니..목사님께서는 "이방신의 땅인 애굽에서도 신앙생활을 했던 요셉을 생각해 보십시오.. 그건 그냥 아무것도 아닙니다"하셨다.

 

맞다, 문제는 하나님을 바라보지 않았던 나 였음을 알아야 한다.

 

2. '나'에게도 투자를 하자

 

'엄마의 자격'이라는 책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여성은 인생의 어느시기보다도 엄마로서 충실한 삶을 사는 동안이 가장 아름답다...

 

그러나 아무리 분주해도 가끔은 자신이 사는 모습을 돌이켜봐야한다. 그런 기회마저 놓치고 살다보면

엄마의 아름다움도 이내 공허함으로 바뀌게 된다.. "(엄마의 자격, 다츠미 나기사 24p)

 

맞는 말이다.  

 

엄마가 되고 전업주부가 된 다음 나는 왠지 나에게는 시간도, 돈도 아무것도 투자하지 않았다.

입고 있는 옷은 수유티셔츠 몇장 그나마도 다 친정엄니가 사준 것.. 외출은 꿈도 못꾸고, 치장은

더더욱 꿈도 안꾸었다.

 

하지만, 그러면서 점점 나에대한 자부심이 줄어들면서 위축되었던 것 같다. 내가 알고 있던,

내가 추구해왔던 꿈이며 나는 어디로 갔는지..

 

엄마가 되고 전업주부가 되었다고, '나'를 없애면 안된다는 것을 뼈져리게 느꼈다.

 

그래서, 일하던 직장에 연락해서 재택근무 일을 얻었고, 외출복도 좀 사고, 책도 샀다.

책은 육아책만 샀었는데.. 나를 키워줄 수 있는 '아웃라이어' '결정적 순간의 대면'같은 책들..

워낙 소설을 즐겨보는 편은 아니라 재미있게 읽으면서 잠시 놓았던 자기개발의 끈을 다시

잡을 수 있었다.

 

자, 가끔은 아기를 맡기고 외출도 하고, 나에게 시간도 돈도 투자하자.

 

 

3. 스트레스를 줄이고, 대인배가 되자

 

워낙 완벽주의자인 나는 뭐를 해도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는 게 힘들었다..

심리상담을 받고, 정신과 치료를 받으면서.. 이런 내 성격도 한 몫했음을 알게 되었다.

 

스트레스를 줄이는 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일단, 모든 것을 다 너무 잘하려는 욕심을 버리는 거다. 시댁 식구들에게도, 윤건이에게도

내 능력 이상으로 잘 하려했기에.. 엄청난 스트레스였던 거다..

 

그리고, 정신과 선생님 말씀대로 스트레스가 오면 그냥 그것을 묵묵히 받아내는

큰 그릇, 대인배가 되면 되는 거다. 난 이 모든 스트레스를 어떻게 줄이겠냐며 비관적이었는데..

방법은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스트레스가 와도 괜찮은 사람이 되면 되는 거였다.

 

음, 이 두가지를 실천하면서 '긍정적인 사고방식'도 따라왔다. 그러니 세상이 이쁘게 보이고

너무 즐거운거다.. 그렇구나. 이거구나..

 

4.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하고 도움을 받자

 

사실 난 전업주부가 되면 집안일과 육아를 혼자 다 해내야 하는 것인 줄 알았다.

왜냐면 전업주부들은 맨날 한가하고 노는 줄만 알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왠걸, 아기 키우면서 집안일 하는 것은 내가 집에 있어도, 아이가 하나여도,

혼자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특히 아기가 어릴때는 한시도 손에서 떨어지지

않는 아이를 안고는 아무일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럴때 남편과 주변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구했었으면, 몸이 극도로 지쳐서 회복하는데

몇달 걸릴 상태까지는 되지 않을 수 있었던 거다. 그 누구도 도와줄 수 없을때는 아줌마

라도 부를 수 있음을, 그때는 정말 생각도 못했다.

 

이 일을 겪은 후로는 도움을 적극적으로 구하기 시작했는데, 특히 남편에게..

모두들 너무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것이었다. 그렇구나.. 내가 바보 였어~

 

 

5. 우선순위를 정해서, 그리고 쉬면서 일하자

 

직장생활할때 아주 많이 훈련받았던 것인데, 왠지 집안일을 할때는 이렇게 해야 한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애기 잘 때 얼른 다 하려고, 빨래하다 설겆이 하다 청소하다 이방저방 뛰어다니다 보면..

결국 아기가 일어날 시간은 되고 일은 하나도 못 끝낸 슬픈 상황이 된다. 이것 또한 엄청난

스트레스...

 

이렇게 되지 않으려면, 우선순위를 정해서 일해야 한다. 어느날은 빨래만 하고, 어느날은

청소만 하고.. 이런식으로.

 

그리고, 쉬면서 일해야 한다. 아기를 돌보는 것만으로도 진이 빠지기 때문에, 아기가 잘때

집안일을 하면 자고 일어나 힘이 팔팔해진 아기를 또 돌보는 것이 너무 힘이 들기 때문이다.

이걸 몰랐던 나는 주구장창 일만 하려다가 기운이 소진한 것이었다. 

 

힘들면 설겆이는 좀 미뤄두었다가 남편에게 부탁하고, 쉬자~

 

How to stop worrying and start living에 보면 이런 구절이 있다.

 

"avoid tension and fatigue. Relax! Relax! Nothing will make you look old

 sooner than tension and fatigue...

 

 You, as a housewife, have got to relax! You have got to relax! You have

 one great advantage - you can lie down whenver you want to, and you can

 lie on the floor! Strangely enough, a good hard floor is better to relax

 on than an inner-spring bed.." (How to Stop Worrying and Start Living, 데일 카네기 388p) 

 

6. '아기엄마'들과 소통하면서 살자

 

  알고 보면 아기 엄마들은 모두 외롭고 힘들다. 아기와 하루종일 씨름하느라 어디 외출은

  꿈도 못꾸고, 나갈라쳐도 세수도 못한 초췌한 얼굴과 어딘가 후줄근한 옷차림을 돌아보면

  나갈 마음도 쏙 사라지곤 한다.

 

  요런 마음을 알아주는건 아무래도 아기엄마들인 것 같다. 주변에 아기 엄마들과 소통의

  끈을 만들어 두면 그냥 연락을 안해도 마음이 든든한 것 같다.

 

7. 끊임없이 공부하자

 

   육아도 공부를 해야 한다는 사실! 물론 육아서마다 다른 이론, 다른 주장을 펼치고 있고 책이 정답은

   아니지만.. 공부나 업무와 마찬가지로 많은 지식과 정보를 가지고 있어야 좋은 판단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또, 빠르게 변하는 사회 트렌드도 알아야 하므로 신문 등도 봐야 할 것 같다. 내가 육아에 전념하는

    일년 사이에 스마트폰이 나오고, 3D 영화가 나오고.. 세상은 무서운 속도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세상에서 우리 윤건이가 살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나만 옛날 세상에 살고 있으면 안되는

    것 같다.

 

    내가 하던 일이나 공부에 대한 관심도 놓으면 안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언젠가 아이가 크고, 엄마의 손이 조금 덜 필요하게 되면.. 그때는 나를 찾을 시간이 또 올거라 믿는다.

  ^_^

 

정말정말 행복하고 즐거운 육아와 주부생활을 꿈꾸며~ 화팅~ 화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