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3월 8일
우울증은 병입니다.
그러므로 의료적으로 치료받아야 하고 치료될 수 있습니다.
병이라면 꼭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그러므로 우울증이라고 진단이 되면 병원에 가십시오.
감기가 걸렸어도 고통을 견디며 병원에 안 가는 사람이 있듯이 우울증이 있어도 병원에 가지 않고 버티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데 감기와는 달리 우울증은 자연치유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꼭 병원(두 가지 병원-신경정신과와 교회)에 가야 합니다. 다른 과(내과, 외과, 산부인과, ......) 병원은 조금만 증세가 있어도 가는데 왜 신경정신과는 가지 않는가? 배 아프면 내과, 다리 부러지면 정형외과, 입덧이 있는 것 같으면 산부인과, 얼굴이 마음에 안 들면 성형외과, 이빨이 아프면 치과 등 온데 병원은 다 찾아 다니다가 왜 신경정신과는 가지 않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신경정신과에 대한 잘못된 이미지 때문이죠. 신경정신과 병원에 가 보시기 바랍니다. 침 흘리며 눈 뒤집혀 소리 지르며 왔다 갔다 하는 사람을 한 사람도 만날 수 없을 것입니다.
병세를 느껴야 병원에 가고자 하는 동기가 생길텐데, 그러면 내가 우울증인지는 어떻게 아는가?
먼저, 병으로서의 우울증과 일시적인 기분으로서의 우울감을 구별해야 합니다.
사람은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 감정을 느끼게끔 장치가 되어 있습니다. 희, 로, 애, 락, .....
따라서 상황이 나빠지거나 예상치 못한 비극적인 사건이 생기면 우울감을 느낍니다. 이것은 정상입니다. 예를 들어, 30대 초반에 아내를 교통사고를 잃게 되었을 때 우울감을 느끼지 않는 남편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도리어 우울감을 느끼지 않는다면 병원에 데려가야 할 것입니다. 이와는 달리 상황과 관계없이 늘 무기력하고 자신이 없고 희망이 없고 무슨 일이든지 잘 안 될 것 같고 약해지는 것만 같은 기분이 지속되는 경우를 우울증이라고 합니다. 우울증은 이렇게 정의됩니다: “우울증은 일시적으로 우울한 기분을 느끼거나 천부적으로 지닌 신체적, 감정적 성향이 나약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로는 기분이 좋아지지 않는 지속적 불안의 상태이다.”
비유를 하자면, 기온이 영하 10도일 때 모든 사람이 두꺼운 옷을 입고 있다가 기온이 20도가 되면 짧은 옷으로 갈아 입고 일부는 덥다고 느끼기도 하는데 자기만 여전히 추위를 느껴 두꺼운 오리털 파카를 계속 입고 다니는 경우를 우울증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비유를 하자면, 자동차가 옆을 지나가면서 먼지를 날려 그 먼지로 인해 재채기를 하는 것이 우울감이라면, 감기가 걸려서 깨끗한 산 속에서도 계속 기침을 하고 있는 상태를 우울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감기의 원인이 되는 기관지염을 치료 받기 전에는 본인의 의지로 기침을 막을 수 없듯이 우울증의 원인을 치료하지 않으면 아무리 상황이 좋아져도 지속적인 우울감에서 헤어나오지 못합니다.
우울증의 증상에는 이런 것들이 있습니다: 계속되는 불안과 공허감, 절망적인 느낌, 염세적인 생각, 죄책감, 무가치감, 무기력감, 성생활에 대한 욕구상실, 한때는 좋아했던 일이나 취미에 대한 흥미상실, 불면, 아침에 너무 일찍 잠을 깨거나 반대로 정오 가까이까지 깨지 않는 과다한 수면, 식욕 감소와 저체중, 폭식과 과체중, 힘이 없고 피로하며 몸이 처지는 기분, 죽음이나 자살에 대한 생각을 자주 함, 자살을 실험함(죽지 않을 정도로), 초조감, 쉽게 짜증을 냄, 집중력과 기억력의 저하, 의사결정을 하지 못함, 두통.소화불량.만성통증 등을 의료적으로 치료하고 투약했음에도 불구하고 잘 낫지 않음.
미국은 오래 전에 우울증을 ‘21·세기의 재앙’이라고 정의하고 정부 차원에서 우울증을 대처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수퍼마켓에서도 처방전 없이 적당한 약성(藥性)의 항울제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우리 나라는 아직 사회적으로 신경정신과 질환에 대해서 ‘수치’로만 여기고 치료적 접근을 게을리 하고 있습니다. 신경정신과학회에는 우리 나라 남성의 90% 정도를 우울증 환자로 보고 있습니다. 여성의 우울은 밖으로 “우울하다”고 표현되는 것에 반해 남성의 우울은 밖으로는 “전혀 우울하지 않다”고 표현되는 약점이 있습니다. 남성이 우울증에 걸리면 도리어 겉으로는 위에 언급된 증상이 없는 듯이 위장하고 열심히 일에 매달립니다. 과도한 노동을 해서 우울감을 느끼지 않으려는 무모한 시도를 하는 것이지요. 그래서 여성 우울증 환자보다 남성 우울증 환자가 더 불쌍하고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울증이 무서운 이유는 당사자도 힘들지만 당사자 주변의 ‘관계인물’(부모, 자식, 배우자, 교인)들도 탈진할 때까지 심리적 고통을 받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울증의 종착역은 자살”이라는 무서움이 또 하나 있습니다. 우리 나라에서 연간 1만 2천~1만 3천의 자살사건이 일어나고 있는데 이 가운데 80% 정도의 사람이 자살 전 심한 우울증 증세를 보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 나라에서는 그 많은 우울증 환자 중 치료를 받아 본 사람이 10%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러니 각 가정마다 그 속에서는 얼마나 안타까운 상황에 매일 벌어지고 있을까요?
우울증을 치료해야 신앙생활도 제대로 할 수 있습니다. 신앙생활을 위해서라도 우울증은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우울증이 판단되는 교인들을 자주 신경정신과에 데리고 갑니다. 그 때마다 좋은 치료효과를 봅니다. 요즘에 개발되는 약들은 그 종류도 여러 가지라서 상태에 따라 처방이 다양하고, 직장생활하는 분의 경우는 일상적인 노동이나 학업에 전혀 영향이 미치지 않도록 처방이 됩니다.
우울증 치료의 관건은 우울증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환자 당사자가 병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치료도 거부하는 것입니다. 또 본인은 치료 받기를 원하는데 주변 가족이 ‘수치’라고 생각해서 치료를 차단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후자의 경우가 더욱 안타깝습니다. 왜냐하면 전문가의 관점에서 보면 1,2년 후에 바로 그 가족들이 그제서야 환자를 데리고 와서는 고쳐달라고 할 게 뻔히 보이니까요. 그렇게 되면 치료시기를 놓쳐 전문의도 치료의 소망을 갖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우울증은 대단히 무서운 병입니다. 그러면서도 80% 이상 치료가 가능한 병입니다. 그러나 치료를 하지 않으면 어떤 종류로든지 ‘무서움’을 보여 주는 병입니다.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하면 꼭 저를 찾아 와 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잘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다음에 있는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사용하는 우울증 진단질문을 보시고 자기를 초진(初診)해 주시기 바랍니다. 두통이 나면 타일레놀(두통완화제)을 먹는 사람이 왜 우울을 느끼면 졸로프트(항울제)를 먹지 않고 고통스러워 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인식의 전환을 해서 우리 나라의 민도(民度, 국민의식수준)를 높여 주시기 바랍니다. 다음 설문 중 일곱 가지 이상이 해당되면 전문의의 상담을 필요로 하는 경우입니다.

* 또 하나 쉽게 우울증 여부를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최근에 이은주 씨 자살사건이 있었는데 2월 22일 자살 사건을 처음 접하고부터 일주일 이상 이은주 씨와 자신을 동일시하거나 지속적으로 무기력감을 느꼈다면 우울증을 의심할 만합니다. 살만한 기분이 아니라고 지금까지 생각이 들거나 자살충동을 그 사건 이후 2회 이상 느꼈다면 우울증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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