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이야기

2013년 1월7일 Facebook 다섯 번째 이야기

junihome 2013. 1. 7. 20:46
  • 입양특례법에 대하여

    2012년 8월 5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입양특례법의 핵심을 먼저 요약하겠습니다.
    1. 아기를 출산하면 우선 친생부모의 자녀로 호적을 만들어야 한다.
    2. 아기의 입양이 확정되면 입양부모가 친생부모를 대신해서 새로운 친생부모가 된다. 이때 생물학적 친생부모의 정보는 가려진다. 친생부모의 신상정보는 대외비로 관리한다.
    3. 입양아가 자신의 친생부모를 알기 원할 때는 새로 만들어지는 ‘중앙입양원’에 정보공개를 요청할 수 있다. 그러나 친생부모가 정보공개를 거부할 때는 일체의 신상정보가 공개되지 않는다.
    4. 아기를 출산 후 일주일 이내에는 입양 추진을 할 수 없다. 일주일간의 입양 숙려기간을 두는 것이다.
    5. 지금까지 국가가 인정한 입양기관이 입양 가정의 합당성을 판단하고 허가했지만 앞으로는 입양 허가를 가정법원이 담당한다.
    6. 국내 입양을 최우선으로 하고 국외 입양을 엄격히 제한한다.

    법률 원문
    http://www.lawnb.com/lawinfo/contents_view.asp?cid=2ADAB8B5E9314C93819FACD48286ADD0|0|K


    여러분은 입양특례법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합니까?
    입양아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인권 조항이 추가되었습니다. 친생부모의 책임이 강조되었습니다. 중앙입양원을 설립해서 입양 정보를 통합데이터베이스로 관리하게 되었습니다(중앙입양원은 설립되었음). 가정법원이 입양 허가 관청이 되었습니다. 국외 입양은 매우 제한적이 될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책상에 앉아서 만들기는 합당하게 느껴지는 법안 내용일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 법안의 취지를 실현할 수 있는 한국인의 정서가 형성되었는지와 임산부와 아기의 안전과 안정을 보장하는 사회여건을 만들어 놓았는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고아수출국이라는 오명을 씻고 국격을 높이기 위해서 인위적으로 국외 입양을 제한하면 실제로 국격이 높아지는 것인지, 그것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를 질문해 보아야 합니다.

    현재 내가 임신 3개월의 미혼 임산부이며 출산 후 아기를 입양할 마음을 가졌다고 가정합시다. 입양특례법 앞에서 어떤 느낌을 갖겠습니까? 가장 먼저는 내 이름을 엄마 이름으로 하여 자녀의 호적을 만드는 것이 매우 부담스럽습니다. 한편 친생부도 아버지로 등록을 해야 하는데 남자 친구는 나를 떠나갔습니다. 연락처도 바뀌었습니다. 내가 그 남자 친구를 추적해 붙들어서 함께 가정법으로 데리고 갈 자신이 없습니다. 출산 후 나와 내 아기는 마땅히 갈 곳이 없습니다. 그런데 일주일 동안 기다려야 한답니다. 비밀보장을 하겠다고는 하지만 내가 앞으로 다른 남자와 결혼해서 가정을 이룬 후에 10년, 20년, 아니 그 이상을 언제 중앙입양원에서 “당신이 입양 보낸 사람이 부모를 찾고자 합니다.”라는 연락을 받을지 몰라 늘 불안의 벌을 받으며 살아야 할 것 같습니다. 현실이 이렇다면 아기에게는 죄송하지만 차라리 낙태를 선택하겠습니다. 낙태는 더 부담스럽기에 출산은 하지만 아기를 어딘가에 버릴 수밖에 없습니다.

    우려했던 예상들(자녀유기와 불법낙태와 입양지연)이 현실로 나타났습니다. 작년 8월 이후 유기아동의 숫자는 2배 이상으로 증가했습니다. 낙태는 스스로 보고하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에 정확히 알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입양특례법 영향으로 유기가 늘었다면 낙태도 그와 같이 늘었을 것이라고 추정하는 것이 합당합니다. 또한 작년 8월 이후 가정법원에서 입양허가가 난 경우가 현재까지 2건이라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 주변 사람이 입양 신청을 한 지 꽤 오래 되었는데 예전과는 달리 너무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졌다고 불평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다가 거의 없어져 가고 있는 고아원을 다시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법을 만든 사람들이 나쁜 의도로 만들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입양특례법은 ‘실현을 위한 상당 기간의 과도기’가 필요한 내용인데 과도기 없이 그냥 법을 만들고 시행에 들어갔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입양의 전 단계로 꼭 ‘친생부모 등록’을 하는 것이 한국인의 정서에는 잘 맞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남자들의 책임 강화를 역설하는 사람 중의 하나인데 친생부모 등록을 제도화 한다고 해서 남자들의 책임이 실제로 강화되는 효과를 볼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도리어 여성들만 더 고단한 처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입양특례법의 취지가 되도록 친생부모가 육아하도록 하고, 되도록 국내에서 입양하도록 하자는 것 같은데 제2, 제3의 선택의 문은 여전히 열려있어야 아기들이 자기의 부모를 얻어 양육 받을 수 있습니다. 제2, 제3의 선택의 문을 거의 닫아 놓아서 실제에서는 제1의 선택을 실행할 수 없는 여성과 아기가 갈 곳을 잃어버리게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www.lawn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