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이야기

2012년 10월21일 Facebook 이야기

junihome 2012. 10. 21. 17:17
  • "지금 선택을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나요?"

    [2011년 보건복지부 인공임신중절 예방을 위한 사회협의체에서 공모전을 했을 때 스토리 텔링 부문에서 우수상을 시상한 글입니다. 낙태는 여성 자신을 위해서도 선택해서는 안 될 결정입니다.]

    어느 햇살이 눈부신 날이었습니다.

    햇살이 너무 눈부셨기 때문일까요? 병원을 들어가던 그 날은 정말 고개를 들 수 없었습니다.

    어린 나이였고, 한 아이를 책임지기에는 너무 무서웠고,

    또 교통사고로 인해 나의 몸에는 너무 많은 약이 투여 되어 있었기 때문에

    스스로 나는 옳은 일을 하고 있는거다 라고 최면도 걸어 봤습니다.

    하지만 점점 숙여지는 고개는 들 힘조차 없었고, 뭔가 잘못되어 있다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었습니다.
    수술하기 전, 의사선생님은 아이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초음파를 하였고,

    그 때 저는 그 아이의 심장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때, 가슴이 철렁하며 후회를 했지만 투여된 약기운으로 그대로 잠이 들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잠이 깨었을 때 찾아온 극심한 고통.

    누군가가 나의 뱃속을 긁어놨으니 당연한 고통이었겠지만, 저는 신음소리를 낼 수 없었습니다.

    내가 아픈 것 이상으로 그 심장이 뛰던 아이는 고통받고 사라져 갔을 거라는 죄책감.

    바로 그것 때문에 저는 아파도 아프다고 말할 수 없었습니다.

    그것은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지금 이 글을 쓰는 이유도 바로 그것 때문입니다.

    누군가가 이와 같은 고통을 되풀이 하지 않는 것.

    그리고 그 아이들에게도 삶이라는 희망을 주는 것.
    그 외에도 내 몸의 한 조각이 떨어져 나간 것을 계속 되뇌어 주려는 듯 몸에서는 핏덩이와 고통들이 지속되었습니다.

    통원 치료를 받으면서 의사선생님은 후유증에 대해서 설명해 주며, 치료를 잘 받아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중절 수술 역시 출산과 같은 것이고, 얼핏 쉬운 선택으로 보일지 모르나, 그 선택으로 나의 몸에는 지울 수 없는 상처와 고통을 안겨준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지나가는 아이만 봐도 눈물이 나고, 매일매일 죄책감으로 스스로를 괴롭혔습니다.

    악몽을 꾸거나, 잠을 자는 것 마저 미안해서 잠을 이루지 못할 때가 많았습니다.

    그 우울함을 이겨내기 까지는 많은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아직 그 죄책감은 남아있고, 그 후유증은 평생을 나와 함께 할 것입니다.

    결혼 후, 임신을 한 것은 행복이었습니다.

    나에게 와준 아이가 너무 고맙고, 테스트기의 두 줄이 반가운 존재라는 것을 그때 알았습니다.

    불임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으로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그 고민들로 시간을 보내야했지만

    다행히도 아이들은 저에게 와 주었습니다.

    저는 그 아이들을 볼 때마다 내 스스로 인연을 끊었던 그 아이를 자꾸 상기시키게 됩니다.

    이렇게 평생을 죄책감으로 살지도 모릅니다.
    극심한 고통은 아마 수술 후, 몇 분 몇 시간일지 모릅니다. 죄책감 역시 언젠간 잊혀져 가겠지요.
    하지만 그게 정말 나에게서 지워질 수 있을까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후의 책임에 대해서는 스스로가 지는 것입니다.

    정말 임신을 원치 않는 다면, 남자친구가 좋아하지 않아서 라던가 아니면 쾌감 때문이라던가 라는 얼토당토 하지 않은 이유 때문에 미리 예방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늘 불안한 생활 속에 가두려고 하는 건가요?

    그리고는 한 생명과 함께 본인 스스로를 고통과 죄책감 속에 내던지려 하고 있나요?

    100% 본인의 선택으로, 지금 선택하려는 그 일에 절대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으신가요?
    지금 고민하고 있는 뱃속의 그 아이가 누군가에게는 축복이자 기적과도 같은 존재임을 꼭 생각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