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이야기/교회 이야기

북한에도 교회가 있을까

junihome 2012. 2. 9. 22:24

연재 글 중의 일부를 인용합니다. 참고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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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정권과 기독교

- 북한에도 교회가 있을까? -

남정욱(남서울비전교회, 숭실대학교 교수)

 

물론 있다. 남측 인사들은 북한을 방문하면 북쪽 교인들과 같이 예배를 드렸다고 자랑한다. 바로 그런 이유로 북한에는 교회(당)가 있다. 1988년 신축된 평양 봉수교회의 경우, 평소에는 관리인만 거주하고 외국인이 참관할 때만 당에서 엄선한 남녀 수 백 명이 모여 예배를 드린다. 평양시 만경대 칠골이란 마을에는 칠골교회(당)가 있다. 김일성이 현지지도를 나왔다가 “이곳에 우리 부모가 다니던 교회당이 있었다.”고 하자 바로 교회당이 지어졌다. 그래서 칠골교회당을 반석교회당이라고도 한다. 역시 외국인이나 남측 인사가 방문하면 연출 예배를 드린다. 이를 보통 지상교회라고 한다. 지상교회의 반대가 지하교회이다. 탈북자로 하나원 교육과정을 마친 한 청년의 증언에 따르면, 북한에는 제법 많은 지하교회가 있다고 한다. 대부분 소수의 기독교인들이 모여 예배를 드리고, 이 청년이 속한 교회는 무산 지역의 산속에서 매주 30여 명이 모여 예배를 드렸다고 한다. 복음은 느리지만 분명히 전파되고 있다.

지상교회를 좀 더 살펴보자. 북한에는 4개의 종교조직이 있다. 조선기독교도연맹, 조선불교도연맹, 조선천도교중앙지도위원회, 조선천주교인협회가 그것이다. 조선기독교연맹은 창립과 동시에 북한 정권으로부터 대표성을 인정받았다. 김일성의 주일학교 교사였던 강량욱이 초대 위원장을 역임했다. 조선기독교연맹은 종교단체라기보다는 일종의 대외 창구이다. 각국의 기독교 단체와 행사를 기획하거나 외부 선정용으로 활용되고 있다. 가령 1980년대 남한의 무인 정권 시절 교회와 성당에 대한 압작이 심해지자 이를 비판하는 단체로 이름을 자주 드러냈다. 1999년에 이름을 ‘조선기독교도연맹’에서 ‘조선그리스도교연맹’으로 바꾼다. 조선그리스도교연맹은 북한 대남 전략기구인 통일전선부 소속의 ‘조직’이다. 해마다 남쪽의 진보연합 단체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등과 함께 3·1절과 부활절을 기해 남북공동기도문을 발표하는 등의 활동을 하는데, 이는 팔백만 남쪽 기독교인들의 대북 경각심을 무마시키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것이 지상교회의 본질이다.

김일성은 일찍이 ‘종교는 반동이며 비과학적인 세계관‘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 발언은 김일성대 최창룡 부총장에 의해 이의가 제기된다. “주체사상이 사람 중심의 사상인데, 기독교를 비롯한 종교가 사람을 기본으로 하고 인간적인 지향이 있기 때문에 종교를 외면할 근거가 없다고 본다.”고 발언한 것이다. 김일성종합대학에 종교학과를 개설하도록 지시한 것이 김정일이었다. “김일성종합대학 내에 종교학과를 설치하고 1년 간 5명 내지 10여 명의 종교 전문가를 배출해야 한다. 통일을 위해서는 우리는 종교를 잘 아는 전문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는 지시에 따라 1989년에 설립되었다. 1989년 문익환 목사의 방북 등 남한 기독교인들의 통일운동이 절정에 달한 때이다. 종교학과에는 기독교, 천주교, 불교, 천도교, 이슬람교 등 5개의 전공과목이 있다. 종교학과 개설 동기 자체가 기독교였던 만큼 기독교의 비중이 높다고 한다. 강의를 담당했던 홍동근 목사의 출애굽기 연구 참고서적을 보면 북한 종교학과의 의의를 확실히 알 수 있다. ’문희석, 모세와 출애굽‘, ’림춘추, 항일무장투쟁시기를 회상하며‘, ’님 웨일즈, 아리랑의 노래‘, ’송건호, 해방 전후사의 인식‘, ’부르스 커밍스, 분단 전의 현대사‘.

물론 북한에도 교회가 있고 목사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종교학과 학생들이 졸업 후 대학에 남아 연구 활동을 하거나 정부기관에서 일하는 것을 보면 종교학과의 설치는 목회의 측면이 아니라 학문적이거나 실용적인 이유에 그 필요성이 더 실려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더 이상 깊게 북한의 공식적인 교회나 목사에 대해 논할 필요가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2010년 말 북한에서 “하나님은 당신을 사랑합니다(God Loves You)."라는 문구가 새겨진 영문 티셔츠가 유행했던 적이 있다. 밀수를 통해 들어간 것인데 영어를 모르는 북한 주민들이 이 옷을 입고 거리를 활보한 것이다. 결국 문제가 되어 당국에서 회수에 들어갔지만 주민들은 쉽게 내놓지 않았다. 물론 질감이 좋아 그런 까닭도 있겠지만 그 말이 좋아 그리했다고 믿고 싶은 마음도 있다. 누구도 가까이 갈 수 없고 누구도 함부로 들어갈 수 없는 절해고도. 굶어 죽고 맞아 죽고 중노동으로 멍들어가는 인류 최악의 지상낙원 북한. 그곳에도 예수님은 계신다. 그들의 눈물을 닦아 주시면서 우리에게 손짓하신다. 와서, 나와 함께 하라고.

 

[이 글은 연재 글 중의 하나로 ‘지하교회’는 다루지 않았습니다. 지하교회는 당연히 있습니다(고통 가운데). 다만 그 숫자가 흔히 이야기 되는 것보다는 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