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덕 컬럼 2

자살이나 낙태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인권침해인가?

junihome 2011. 7. 30. 03:09

심상덕

2011년 7월 7일

 

예전에 복지부가 낙태 관련 실태 조사를 하면서 내 놓은 통계에는 아래와 같은 것이 있다.
낙태를 허용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들 중 찬성 비율이 높은 5가지이다.

1. 미성년자가 임신을 했을때
2. 자녀를 많이 낳아서 더 낳고 싶지 않을때
3. 여성이 낙태를 바랄 때
4. 미혼 여성이 임신 했을 때
5.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

적어 놓고 보면 이 이외에 낙태를 해야 하는 경우들이 뭐 더 있겠나 싶다.
물론 태아의 기형을 초래하거나 산모의 생명을 위협할 산모와 배우자의  건강상 문제, 강간이나 근친 상간에 의한 임신 등도 있지만 그런 것들은 이미 합법적으로 낙태가 허용이 되어 있다.
그러니까 위 이야기는 한마디로 원하기만 하면 모든 여성이 낙태를 할 수 있게 해 달라는 말에 다름이 아니다.

한편으로는 낙태라는 것이 여성 자신과 역시 자신의 일부라할 태아에 대한 처분이고 그 선택으로 인한 영향은 누구보다 자신에게 가장 크게 돌아 오는 것이니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원하면 하게 해 주면 되지 않겠는가 하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 논리가 정당한 것이고 사회의 안녕과 개인의 행복을 위해 더 나은 조치라면 그렇게 하면 될 것이다.
같은 원리로 자살을 하는 것도 막을 이유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자살이나 낙태라는 극히 사적인 그리고 상당한 정도의 고민도 동반했을 그런 결정을 내리고 실행하는 데 있어서  간섭을 하며 자살 방조죄니 낙태 금지법이니 하는 법까지 만들어 억제하고 있다.
왜 그럴까?
이유는 하나다.
자신의 당장의 생각으로는 그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하더라도 조금  지나면 혹은 주변 상황이 조금 달라지면 그 당시의 생각이 틀린 것일 수 있기 때문에 한번 더 기회를 가지도록 하고자 함이다.
아니 한번 더가 아니라 살아 있는 동안 계속 그런 기회를 가지도록 돕고자 해서이다.

자신의 삶을 포기하는 자살이든 자신의 건강과 태아의 생명을 포기하는 낙태이든 한번 선택을 하면 되돌릴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끝까지 포기하지 말도록 격려하고 설득하고 심지어는 법으로까지 강제하는 것이다.
따라서 자살방조죄나 낙태금지법이란 다른 말로 하면 당장의 고통을 딛고 궁극적으로 그 개인의 생명과 행복, 건강을 지키라고 하는 격려하는 법이다.
그 둘은 개인의 자기 결정권에 대한 침해이거나 그 개인을 불행하게 만들려고 해서 만든 법이 아니다.
자살방조죄는 어느 개인의 죽을 권리를 침해한 것이 아니라 그 개인이 생을 이어가도록 도와야 하는 의무를 우리가 저버리지 말자고  독려하는 법이다.
낙태금지법은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는 법이 아니라 그 여성이 자신의 삶과 자기 아기의 생명을 포기하지 말고 이어가도록 도와야 하는 의무를 우리가 저버리지 말자고 하는 법이다.

자살을 말림으로써 혹은 낙태를 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얻는 득이 말리는 당사자에게 돌아 오는 것이 아니라면, 아니 오히려 말림으로써 그 사람이 잘 살 수 있도록 그리고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도와야 할 의무마저 떠앉게 되는 것이라면 이제는 그 말리는 이들의  진정성도 이해해 주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너 자신을 죽이던  말던, 네 태아와 네 건강을 포기하던 말던 네 마음대로 해.
나도 내 마음대로 할 거고 아무도 간섭하지마.
이런 세상이 된다면  이미 그것은 인간이 인간과 함께 모여 삶으로써 의미가 있고 가치가 있는 의미로서의 사회는 더 이상 아닐 것이다.
그저 같은 공간에 숨쉬는  외톨이들의 집합체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