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이야기

응급피임약에 대한 오해와 진실

junihome 2011. 7. 28. 22:32

'아름다운 사람' 8월호에 실린 컬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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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피임약에 대한 오해와 진실

김현철

낙태반대운동연합 회장

 

최근에 일부 가정상비약을 약국이 아닌 슈퍼에서도 판매 가능하게 하는 정책이 발표되면서 논란이 뜨겁습니다. 그 와중에 약사회에서는 그동안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되어 있던 응급피임약을 일반약으로 전환해 달라는 요구를 했습니다. 약사회의 이런 주장과는 별도로 경실련에서는 시민 편의와 ‘낙태 예방’을 위해서 응급피임약을 일반약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을 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7월 1일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의약품분류소분과위원회 제3차 회의에서 응급피임약은 전문의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을 유지하기로 결론이 났습니다. 응급피임약을 약국에서 쉽게 구입해도 되는 것인지, 경실련의 주장대로 응급피임약을 쉽게 구하면 낙태를 예방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 실제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습니다.

노레보정(시장점유율 53.5%)으로 대변되는 응급피임약이 어떤 약인지에 대해서 아직은 우리 사회가 올바른 인식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응급피임약이라는 용어 대신에 사후피임약이라는 용어가 주는 잘못된 암시가 문제입니다. 난자와 정자가 만나지 못하게 조치를 취하는 피임이란 원래 사전에 하는 것이지 사후에 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후피임약이 마치 성관계 다음에 약 한 알을 복용하는 편리한 피임방법으로 착각하면 안 됩니다. 제약회사의 설명서를 보면, 응급피임약의 작용기전이 배란 지연, 수정 방해, 착상 억제, 세 가지로 적혀 있습니다. 그러나 이 약의 가장 주요 목적은 자궁내막의 변화를 일으켜 수정된 배아가 착상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인간생명의 원칙에 근거해서는 초기 낙태를 유발하는 약이기 때문에 이 약은 일반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약이 아닙니다. 강간과 같은 비상상황에서만 사용해야 하는 말 그대로 응급약입니다. 그런데 일반인들이 응급약으로 인식하지 않고 피임약의 한 종류로 알고 있기 때문에 오남용이 우려됩니다. 응급피임약(?)은 일반 피임약에 비해 호르몬 농도가 10배 정도 되는 매우 강력한 약입니다. 고농도 호르몬은 여성의 생리체계를 인위적으로 바꾸는 것이기 때문에 건강에도 좋지 않고 수반되는 여러 가지 부작용도 많습니다. 그래서 약 설명지에는 A4 한 장 분량의 주의사항이 적혀 있을 정도입니다. 피임을 하지 않은 채 성관계를 했을 때 72시간 내에 복용하면 임신을 막을 수 있는 약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임신에 이르지 않으려면 24시간 내에 복용해야 효과가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 사용자의 경험으로는 25∼30% 피임실패율를 보이고 있습니다. 효과가 능통한 사후피임약으로 과신을 해서 도리어 임신에 이르게 되고, 임신을 책임지지 않는 사람은 낙태까지 하게 되는 것입니다. 또한 응급피임약은 응급용이기 때문에 평생에 한두 번 쓸까 말까한 약입니다. 반복적으로 복용하게 되면 그 사람에게는 약효도 떨어지게 됩니다. 이와 같은 약의 속성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약을 사용한 사람이 53∼67%로 조사되었습니다(순천향대 산부인과 피임연구회).

우리나라에서 응급피임약을 처방 받는 여성의 80%가 미혼입니다. 10대가 20%, 20대가 67%입니다. 월요일에 병원을 들러 처방 받는 경우가 전체의 93%입니다. 피서철인 7,8월과 연말인 12월에 다른 달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응급피임약의 판매가 증가합니다. 이런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독자들은 금방 판단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성생활에 대한 책임의식도 부족하고, 정확한 성지식이나 약에 대한 지식도 없는 채, 성경험의 빈도만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사후피임약이라고 잘못 알려져 있는 약을 맹신하고 의존했을 때 우리나라 여성의 건강이 우려됩니다. 도리어 준비되지 않은 임신확률이 더 높아질 수 있고, 따라서 낙태도 더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사전 피임을 대체할 수 있는 사후 피임약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현재 의사의 처방에 따라 구입할 수 있는 노레보나 포스티노는 불가피한 상황에서만 사용해야 하는 응급약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응급약이 연간 59억 원어치, 62만 팩(하루에 1,700팩)이 판매될 수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