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자기결정권
아름다운 사람 5월호에 실린 컬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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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자기결정권
김현철
낙태반대운동연합 회장
낙태문제에 대해서 사회적 논의를 할 때 항상 등장하는 주제가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입니다. 먼저 알아야 할 것은 두 주제가 서로 다른 영역의 것이며, 서로 충돌할 수 없는 가치라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운동가들은 그들의 인권을 쟁취하는 한 방편으로 낙태권을 주장해왔습니다. 자신의 뱃속에 있는 태아의 생사까지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스스로 가질 수 있어야 여성의 인권이 제대로 확보된다는 잘못된 생각합니다. 여성은 과거와 같이 남자에 비해서 차등의 대우를 받아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여성의 자기결정권이라는 주제가 여성의 사회적 지위에서는 적용될 수 있는 주제이지만, 태아의 생명을 제거하는 권리까지 확대될 수는 없습니다. 나의 권리가 타인의 생명을 해치는 데까지는 허용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태아는 임산부의 결정권 아래 있는 부속물이 아닙니다. 낙태권이라는 용어를 만들었고, 그것을 주장하는 이유는 아직도 태아를 인간으로 보지 않으려는 잠재의식이 있기 때문입니다. 태아를 인간생명으로 인정한다면, 태아와 임산부가 생명을 가지고 서로 다툴 수는 없는 일입니다. 여성의 재생산권이라는 것도 임신을 하지 않을 수 있는 권리와 출산을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는 권리이지 임신된 아기를 제거할 수 있는 권리는 아닙니다.
여성이나 남성이나 누구에게나 자신의 몸에 대한 자기결정권이 있습니다. 성적 행복추구권이 있고 임신을 하지 않을 권리도 있고 임신을 할 권리도 있습니다. 자기 몸을 자기 마음대로 손질할 권리도 있습니다. 손톱을 자를 것인가 기를 것인가, 그 누구도 간섭할 수 없습니다. 쌍꺼풀을 만들 권리도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 성형수술 금지법이 없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자기 세포에 적용하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태아는 자기 몸이 아닙니다. 엄마와 연결되어 엄마의 도움을 받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엄마가 임의로 제거할 수 있는 세포덩어리가 아니라 사람입니다. 한 살짜리 아기가 엄마 젖을 물고 있다고 해서 그 아기를 엄마의 몸이라고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뱃속 아기의 존폐여부를 엄마가 임의로 할 수 있다는 주장은 “탯줄을 끊은 다음에야 인간이라고 할 수 있다.”는 전근대적인 생각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주장입니다. 만일 뱃속의 아기를 자기 마음대로 다룰 수 있는 것이 자기결정권이라면 자녀유기도 범죄로 다루어서는 안 됩니다. 작년에 부모가 둘 다 게임에 빠져서 3개월 된 아기가 굶어 죽는 사건이 있었는데 왜 부모를 범죄자로 체포합니까? 그 부모는 자신의 결정권을 사용해서 행복을 추구하다가 발생한 일인데 말입니다. 여성의 자기결정권이라는 것이, 눈에 보이는 자녀를 유기해서는 안 되고, 눈에 보이지 않는 뱃속의 자녀는 유기해도 된다는 식의 일관성 없는 가치기준일 수는 없습니다. 당신의 자녀는 자궁에 있을 때도 소중한 인간이었고, 자궁을 벗어나서도 소중한 인간입니다[사진 참조].

그동안 여성 인권을 주장하는 목소리의 내용이 무엇이었습니까? “남성의 인권이나 집단의 권력이 여성의 인권을 짓밟아서는 안 된다.”입니다. 이런 주장이 바로 자신과 자신의 태아와의 관계에도 적용되어야 합니다. 여성의 자기결정권이라는 가치는 매우 중요하지만, 그 자기결정의 범위가 태아에게까지 적용되었을 때, 여성이 스스로 결정하여 취한 자기결정의 내용이 태아의 죽음이라는 사실을 주시해야 합니다. 여성의 자기결정권이라는 것이 그 적용범위를 넘어 아기의 생명을 해치는 데까지 가서는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