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1TV 성탄절 특집극 '고마워 웃게 해줘서'
좋은 소식을 들었습니다. 2007년 어린 딸 서연이를 백혈병으로 먼저 보낸 김효선 자매님(김미란 동생)이 오랜만에 극작품을 써서 드라마가 만들어졌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이번 주 토요일(25일) 밤 11시 10분 KBS 1TV를 통해서 방송됩니다. 장애인을 주제로 한 드라마인데, 실제로 장애인인 김영진 PD가 연출을 맡았고, 딸을 여읜 아픔이 있는 김효선 자매님이 극본을 썼고, 장애인인 강원래 씨가 출연하는 특별한 드라마입니다. 성탄절을 전후해서 TV에서는 유흥거리만을 방송하는데 오랜만에 감동을 주는 작품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래는 김효선 자매님의 집필기입니다. 드라마를 보기 전에 배경을 알아 두면 의미있는 시청에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KBS 성탄절 특집극 '고마워, 웃게 해줘서' 연출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꼬박 10년이 걸렸네요. 진통제를 먹으며 버티고 있는데 견딜 만합니다. 재미있습니다."
평소에는 지팡이를 짚고 힘겹게 걸음을 옮기고, 촬영장에서는 휠체어를 타고 이동한다. 추운 날씨에 야외 촬영을 하고 있으면 근육이 수축해 더욱 고통스럽고 진통제가 없으면 견디기 힘들다. 그런데 그는 29일 "재미있다"며 웃었다.
2000년 7월 교통사고로 죽음의 문턱까지 한발 넘었다가 극적으로 돌아온, 그러나 1급 장애인이 된 KBS 김영진(50) PD가 10년 만에 드라마를 연출한다.
그는 KBS 1TV를 통해 방송될 성탄절 특집극 '고마워, 웃게 해줘서'를 통해 인간 승리의 드라마를 몸으로 보여준다. 이 드라마는 다음달 24, 25일 중 방송될 예정이다.
'고마워, 웃게 해줘서'는 가수가 꿈인 지체장애 소녀와 성대결절에 걸린 남자 가수를 주인공으로, 오토바이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강원래와 그가 운영하는 장애인 공연단인 '꿍다리 유랑단'의 이야기를 녹인 작품이다. 출연진 중 9명이 장애인으로, 실제 꿍다리 유랑단 단원이다.
"내가 장애인이 되고 나니 자연스럽게 장애인에 관한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장애인이 되는 순간 '내가 쓸모가 없구나' 생각하기 쉬운데 세상에 쓸모없는 인생이 어딨습니까. 그래서 '국가 공인 1급 장애인'인 제가 장애인의 희망을 이야기하려고 나섰습니다.(웃음)"
김영진 PD는 2000년 7월 가족을 만나러 미국 시카고에 갔다가 차량이 전복되는 사고로 넉 달간 뇌사상태에 빠져 있었다. 당시 가족 6명이 함께 차에 타고 있었지만 병원신세를 진 사람은 그뿐이었다. 그해 12월 기적적으로 깨어났지만 온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그때 KBS에는 제가 죽었다고 소문이 났대요. 당시 미국 병원에서도 우리 가족에게 포기하라고 했고요."
'야망의 전설'과 '사랑하세요'를 잇달아 성공시킨 스타 PD는 그렇게 허무하게 세상과 이별하는 듯했다. 그러나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불굴의 의지로 재활에 어느 정도 성공했고 2002년 9월에는 KBS에 복직했다. 그래도 하반신은 말을 듣지 않았다. 지금처럼 지팡이를 짚고 걷기까지는 6년이 걸렸다.
하지만 걸을 수 있게 됐어도 드라마 연출의 기회는 오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뮤지컬과 영화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하려고 했지만 둘 다 오랜 준비에도 결실을 보지는 못했다.
"드라마를 안 시켜줘서 뮤지컬과 영화를 하려고 했어요. 그것을 통해 내가 아직 연출 능력이 있음을 보여주겠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두 작품이 엎어지면서 깨달은 게 있어요. 장애인 이야기를 재활위주로 접근하면 재활에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은 절망을 하게 된다는 거죠. 실제 재활 성공률은 별로 높지 않거든요. 한 장애인 운동가가 그런 지적을 하는데 '아, 내가 잘못 접근하고 있었구나' 싶더군요. 그래서 이번에는 장애 극복이 아니라 장애 안에서 희망을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10년 만에 돌아온 촬영장이 녹록할 리는 없다.
"오늘 아침에도 너무 아팠어요. 제가 지금도 발에 감각이 없는데 그럼에도 아파요. 어떤 이들은 아픔이 느껴지면 감각이 있는 것이라 좋은 것 아니냐고 하는데 그건 몰라서 하는 소리예요. 10년 만에 연출하니 바뀐 것도 너무 많아 어리벙벙하죠. 후배들에게 '그렇게 하면 안된다'고 욕을 먹기도 해요.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예전에는 진통제를 먹어도 안 들었는데 요즘에는 진통제를 먹으면 효과를 본다는 거예요. 힘들지만 다시 일하는 즐거움이 큽니다."
그는 "연출자도, 배우도 장애인이니 웃긴 일들도 참 많다. 그래서 하루하루가 재미있다"며 웃었다.
"일단 빨리빨리 못하니 서로 얼마나 답답하겠어요. 하지만 신기한 게 다 같이 힘드니 그게 오히려 힘이 나요. 우리끼리 농담 삼아 '이 드라마는 장애에 관한 리얼 드라마다'라고 이야기하는데 촬영현장도, 연기도, 스토리도 모두 '리얼'합니다."
그는 "사고 전에는 드라마로 무엇을 이야기하겠다는 의식이 없었다. 그저 재미있는 것을 하고 싶었다. 그런데 사고가 난 후에는 영혼이 찌든 사람을 위로하는 드라마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말했다.
사람들은 그를 보고 '인간 승리'라고 이야기한다.
"그런 소리 들으면 속으로 '얼어 죽을, 무슨 인간승리냐. 아직도 이렇게 힘든데. 언제까지 힘들지 모르는데'라고 생각해요. 장애는 대개 죽을 때까지 회복이 안 됩니다. 회복을 생각하며 재활을 하면 죽을 때까지 불행할 수밖에 없다는 거죠. 회복이 안 되니 여기서 행복을 찾아야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