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덕 컬럼 2

아돌프 히틀러를 보고 느끼는 점

junihome 2010. 11. 30. 18:37

심상덕

2010년 11월 29일

 

"30분에 읽는 히틀러"라는 책을 읽었다.
나도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제2차 세계 대전을 일으킨 나치의 두목이고 600만명이나 되는 유태인을 살해했다는 것 외에는 그에 대하여  별로 아는 것이 없을 것이다.
히틀러가 주도하는 나치당이 독일 의회에서 제 1당으로 의석을 획득하여 많은 대중의 주목을 받은 것이 1932년이니까 불과 지금으로부터 80년 정도 전의 일일 뿐임에도 말이다.
히틀러에 대한 광적인 지지는 미개한 원시 시대도 아니고 정보가 제한되고  봉건 영주와 왕이 군림하던 중세도 아니고  나름대로 민주 국가의 틀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 20세기의 독일에서 일어난 일이다.
나는 그 당시 역사적 흐름에서 그 무엇이 혹은 히틀러가 가진 어떤 능력이 그렇게 많은 독일 국민들을 열광케 하고 눈이 멀게 하였을까에 대하여 항상 궁금증이 있었다.
그러던 차에 아주 얇은 책 하나를 발견했고 책의 제목대로 30분만에 읽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워낙 요약본이고 히틀러의 자서전 격인 "나의 투쟁"은 한꼭지도 읽어 보지 않은터라 그렇게 된 정확한 원인은 찾지 못했다는 것이고 그저 평소 어렴풋이 짐작하던 내용에서 그리 벗어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사실 히틀러는 정규 교육도 받지 못했고 요즘 말로 소위 왕따를 당할 정도인데다가 머리가 비상하거나 재주가 뛰어난 사람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가 대중의 마음을 잡을 수 있었던 점은 책에도 얼핏 나와 있지만 "남의 약점을 발견하고 이용할 줄 알며 적절하게 군중을 선동하는 기술을 터득했다"는 것이다.
물론 그런 그의 능력(그런 것도 능력이라 할 수 있다면) 못지않게 당시 독일의 정치 상황이 그에게 유리하게 흐른 점도 있었다.
역시  역사적 토양이 마련된 바탕에서 다수 대중의  잠재적 불만과 선악을 개의치 않는 욕망을 적당히 이용하고 과감히 활용할 줄 아는 그의 능력이 일시에 그렇게 많은 대중을 그릇된 판단의 구렁으로 몰아 넣은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나는 그를 보면서 그리 잔인하지 않은 소시민으로 살 수 있었던 기회들을 그가 놓치지 않고 살았다면 어땠을까 생각해 본다.
아마도 그 개인에게도 그리고 수없이 희생된 유태인과 역시 희생자인 독일인들을 위해서도 다행일 것이다.
여하튼 불과 수십년전에 살다간 어느 독재자의 역사를 보면서 내가 깨닫는 것은 잘못된 수단도 문제지만 그보다 더 문제인 것은 방향을 잘못 잡았을 때라는 것이다.
그리고 대개의 경우 잘못된 목적은 잘못된 수단을 동원하는 경우가 많다.
히틀러가 보여 주었던 몇가지 장점과 본받을 만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역사상 가장 사악한 인간으로 평가되는 것은 그런 잘못 때문이지만 특히 그가 희생 재물로 삼은 것이 같은 인간의 생명이라는 사실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물론 그런 점에서는 당시 그에게 열광했던 독일인들도 희생자이면서 동시에 잘못을 저지른 범죄자이기도 하다.
히틀러를 통하여 독일 국민들이 얻고자 한 것은 궁극적인 선과 정의의 세상이 아니라 그저 다른 민족과 국가를 짓밝고라도 독일이라는 국가의 확장과 융성을 꾀했기 때문이다.
그나마 히틀러 시대에서 유일하게 다행인 것은 발키리라는 영화에도 나오지만  슈타우 펜베르크라는 육군 대령의 히틀러 암살 시도 및 평화 협상 계획이었다.
비록 실패로 끝나기는 했지만 그 사건은 나치 시대를  부끄러워 하는 후세의 독일인들에게 유일하게 자존심을 지켜주고 그나마 위안을 주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조금 다른 것이기는 우리 민족이 일제 36년이라는 긴 기간의 식민지 시대 동안 그래도 31 독립 운동이라는 것이 있었다는 사실로 위안을 받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듯 역사의 어느 순간에 임해서는 과연 어떤 행동이  옳은 일인지 그른 일인지 잘 모를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나서 당시의 시간들이 역사라는 이름으로 남게 되면 흙탕물이 가라 앉은 맑은 호수처럼 누구에게나 그 밑바닥이 보이는 법이다.
그리고 히틀러 당시의 독일 국민들을 보면서 내가 바라는 것은 우리도 그 밑바닥에 감추고 싶은 추한 것들을 남겨 두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비록 흙탕물 때문에 지금은 드러나 보이지 않을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