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덕 컬럼 2
자살, 타살, 그리고 낙태
junihome
2010. 11. 17. 23:38
심상덕
2010년 11월 17일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에서 자살율이 제일 높은 나라이다.
왜 이렇게 자살율이 높은지 하는 이유에 있어서는 사람마다 원인 분석이 다를 것이다.
그러나 어쨋든 자살을 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더 이상 세상을 살 의욕이 없기 때문에 자신의 의지로 자신의 삶을 끝내는 행위이다.
그러나 자신의 목숨이 희생의 대상물이라고 해서 목숨을 끊는 행위에 대하여 자살권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물론 자살을 결심했을 때는 얼마나 삶이 팍팍해서 일지 짐작이 가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한 순간의 잘못된 선택일 수 있고 한번 자살을 해버리면 다시는 삶이라는 곳으로 돌아 올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회는 자살하고자 하는 사람을 말릴 뿐 아니라 자살하는 사람을 구하지 않으면 자살 방조죄로 처벌하기까지 한다.
그렇다면 자신의 생명이 아닌 다른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타살에 대하여 어떨까?
이러저러한 이유로 다른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 행위에 대하여 매우 특수한 경우(우리나라처럼 사형 제도가 있는 나라의 경우나 전쟁 중의 국가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타살권도 인정되지 않는다.
거의 대부분의 사회에서 어떤 이유로든지 다른 사람의 생명을 뻬앗는 살인을 하는 것은 엄격히 금지하는 일이다.
그것은 타인에 의해 생명이 빼앗길 수 있는 대상에서 나라는 존재도 예외가 아니라는 점과 남의 생명을 빼앗는 권리를 인정해 주기 보다는 내 생명을 빼앗기지 않을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 더 안전하고 낫다고 판단해서 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낙태에 대하여 살펴 보자.
모든 경우의 낙태가 완전히 금지된 사회는 거의 없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지만 대부분의 사회는 법적으로든 아니면 사회의 보편적 인식의 수준에서든 상당한 범위까지 낙태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는 형편이다.
그렇다면 낙태는 그렇게 상당히 관용적으로 받아들여져도 좋은 것일까?
낙태는 태아라고 하는 존재를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태아의 생명에 대하여는 생명이다 아니다 하는 논란 중에 있을 정도로 상당히 특이한 사례의 경우에 속한다.
그리고 사회 전체의 공감대로 이것이다 저것이다라고 확실하게 규정된 것도 별로 없다.
따라서 자살이나 타살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다.
개인적 가치관에 따라 낙태를 자살의 모습에 더 가까운 것으로 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아니면 타살의 모습에 더 가까운 것으로 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심지어는 여성 건강을 확보하는 차원에서의 종양제거 행위로 보는 사람까지 있을 정도이다.
위 세가지는 서로 다른 점들이 많이 있지만 모두 권리가 아니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권리라는 것은 그것을 행사함으로 인해 다른 사람에게 막대한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경제적, 사회적 혹은 내적 가치를 더 높이는 일이다.
따라서 다른 사람에게 막대한 피해를 주는 일이거나 혹은 자신에게 무언가 가치의 상승을 가져오지 않는 것은 권리가 아니다.
그러므로 위에 예로 든 세가지 것들은 태아나 다른 사람의 생명을 희생하거나 자신의 생명을 희생하기 때문에 권리가 아니라 피해이고 패배이다.
자살은 사회의 부조리로 말미암았든 다른 이유 때문이든 생존을 향한 자신과의 싸움에서 패배하여 희생물로 자신의 생명을 택한 것이며
타살은 남으로부터 무언가를 얻고자 하는 잘못된 욕망으로 인하여 다른 사람의 생명을 희생시키는 패배이며
낙태는 출산할 권리를 포기하고 자신의 태아를 희생물로 삼은 피해이며 미래에 대한 패배이다.
따라서 인간은 자살권을 가진 것이 아니라 자살하지 않고 건강하게 살 권리와 자살하려는 유혹에 빠지지 않아도 될만한 세상을 요구할 권리를 가지고 있으며
인간은 타살권을 가진 것이 아니라 남으로부터 강제로 생명을 박탈당하는 타살을 당하지 않을 권리가 있으며 그런 타살의 위험이 높은 사회가 되지 않도록 요구할 권리가 있으며
여성은 낙태권을 가진 것이 아니라 낙태 하지 않고 자신의 태아를 온전히 안전하고 건강하게 출산할 권리와 낙태하고자 하는 유혹과 낙태의 강요에 시달리지 않아도 좋은 세상을 요구할 권리가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