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는 여성의 권리라고 주장하는 이들에게
심상덕
2010년 11월 12일
날고 있는 비행기를 상상해 보십시요.
당신은 적당히 기압이 맞추어진 기내에 있습니다.
당신이 비행기를 조정할 능력은 없습니다.
당신은 그런 부분은 비행기를 조종하는 기장에게 신세를 지고 있습니다.
물론 기장은 자신의 업무를 위해 충분히 훈련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만일 기장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비행하다 말고 더 이상 비행기를 조정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면 어떨까요?
기장은 낙하산을 타고 안전하게 탈출하겠지만 당신을 포함하여 승객들이 타고 있는 비행기는 추락하여 땅에 충돌하게 될 것입니다.
또는 기장이 갑자기 더 이상 자신의 비행기에 승객들을 태우기를 원하지 않아서 승무원에게 명령하여 승객들을 밖으로 던져 버리라고 하면 어떨까요?
이런 일들은 기술적으로는 충분히 가능한 일이지만 우리는 그런 행동은 비도덕적이며 잘못된 행동이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가지는 힘 혹은 권리는 항상 책임이나 의무와 함께 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기장이 가진 비행기 조정 권리나 힘은 승객들을 안전하게 원하는 곳에 데려다 주는 데에만 사용해야 합니다.
이렇게 책임 있게 권리를 사용한 직접적인 예는 2009년 US 항공사의 비행기 조종사인 슐렌버거가 엔진 결함으로 추락하는 비행기를 허드슨 강에 비상착륙시켜 승객들을 안전하게 구한 사례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그 사고는 전혀 계획된 일도 아니고, 바람직스럽지 않은 일이며 물론 원하지도 않았던 일이었습니다.
(주석: 원치 않는 임신도 그렇게 계획되지도 원하지도 않았던 일로서 같은 상황이라는 의미에서 강조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 사건의 순간에 조종사는 올바른 행동을 선택했습니다.
가능한한 안전하게 승객들을 착륙시키는 일 말입니다.
뿐만 아니라 그는 비행기 안으로 물이 차 들어오는 동안에도 두번이나 비행기 안에서 통로를 왔다갔다 하면서 승객들을 안전하게 구조했습니다.
임신에 대하여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들은 매우 약할 뿐 아니라 위험에 대하여도 무방비한 상태입니다. 그리고 그들이 우리에게 생존을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우리는 우리의 책임을 면할 수 없습니다.
책임을 면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우리의 책임은 막중하게 더 높을 수 밖에 없습니다.
여성의 자궁은 아마도 그녀 자신에게 속한 것이 맞을 겁니다.
그러나 매달 그녀의 자궁은 어떤 다른 이의 한 부분이 될 준비를 합니다.
그래서 자궁은 여성 자신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그들의 자손을 키우기 위해서 존재하는 기관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더 타당합니다.
어떤 사람이 자신의 아이의 운명을 결정 짓는 권리를 가질 수 있는 것은 그 아이의 생명을 보호하고 존중하는 책임을 다할 때 온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위 글은 prolife institute라는 곳에서 발행한 간행물에 들어 있는 내용을 제가 번역하여 올린 것입니다.
저는 이 글을 읽으면서 의사로서 저의 권리와 책임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습니다.
저는 산부인과 의사로서 마취제와 칼을 사용하여 치료에 임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렇게 저는 침해 받지 않는 권한으로 환자를 마취하고 칼을 가지고 신체의 어떤 부분을 절개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장기를 들어 내기도 합니다.
의사가 아닌 강도가 하였을 경우 엄청난 비난과 처벌을 받을 수 있는 행동이지만 의사이기 때문에 용서가 됩니다.
아니 용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렇게 하도록 법적으로 사회적으로 보장을 받고 있습니다.
그것은 의사가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이 환자를 살리고자 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누구나 알기 때문입니다.
즉 의사가 환자를 대상으로 그렇게 째고 꿰메고 들어내고 하는 행동을 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 받은 것은 오직 그 환자의 건강을 회복시키거나 생명을 구할 때 뿐이라는 것입니다.
그렇지 못하고 원한으로 혹은 의사 자신의 사회 경제적 이득 때문에 환자에게 그와 같은 행동을 한다면 아무도 그것이 의사의 고유 권한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사회에서도 절대 용인해 주지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가진 권한 혹은 힘은 그 사용 목적이 무엇이냐에 따라 인정이 될 수도 있고 인정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산모의 경우 태아에 대하여 무엇인가 행사 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다면 그것은 그 태아를 위한 일이기 때문이어야 합니다.
만일 태아의 생명을 빼앗는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면 그것은 그 태아의 존재로서 산모를 포함하여 다른 사람의 생명이 매우 위태로워지는 경우 뿐일 것입니다.
물론 그런 경우도 반드시 산모의 생명이 우선한다고 생각하여 산모를 위해 태아의 생명을 박탈하는 것이 옳은 일인가에 대하여는 사람마다 의견이 다를 수 있으며 어느 것이 최선인가 하는 점에 있어서는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해 보아야 하는 부분이 될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려서 낙태가 산모의 이득을 위해서 인정될 수 있는 일이라면 조금더 확장해서 의사가 자신의 이득을 위해 환자의 건강을 희생시키는 일이나 역시 자신의 개인적 이득을 위해 승객의 안전을 희생시키는 조종사를 무슨 근거로 비난할 수가 있을까요?
자신의 태아조차 자기 개인의 이득을 위해 희생시켜도 용서 받는 마당에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