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 시술을 계류 유산으로 조작하는 사태를 보고
심상덕
2010년 10월 12일
계류 유산이라는 것은 아기가 잘못되어 자연 유산되는 것의 일종입니다.
태아나 산모의 이상으로 태아가 계속 자라지 못하고 사망하여 저절로 자연 유산 되는 경우 태아와 부속물이 완전히 자궁 밖으로 빠져 나오는 완전 자연 유산과 일부 조직이나 태아 조직 전부가 빠져 나오지 않고 불완전하게 유산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중 후자의 경우를 자궁 내에 잔류물이 남아 있다고 하는 의미로 계류 유산이라고 합니다.
계류 유산의 경우 당연히 의학적으로 소파 수술이라고 하여 태아와 부속물을 제거하는 수술을 해 주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합병증으로 페혈증이나 질출혈 혹은 유착과 같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계류 유산 수술을 낙태 수술을 호도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경우들이 종종 있다는 사실입니다.
말하자면 태아가 멀쩡히 살아 있음에도 낙태 수술을 하고 법망을 피해 가기 위해 계류 유산으로 진료 챠트를 조작하는 일이 일선 산부인과 개원가에서 그리 드물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조작은 여러가지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선 진료 기록을 허위로 작성함으로써 의사의 의료인으로서의 신뢰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의사가 비록 산모와의 합의하에 저지른 일이라 할 지라도 진료 기록을 허위로 작성한다면 진실성이 생명인 의료 기록은 더 이상 믿을 수 없는 것이 되고 맙니다.
즉 환자 의사 관계의 기본인 진실과 신뢰를 심각히 훼손하여 의료 기록이라는 것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조작도 할 수 있는 것이라는 위험한 생각을 퍼트리게 되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두번째는 이런 조작은 낙태 공화국이라는 참담한 우리의 현실을 개선하기는 커녕 오히려 방조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입니다.
낙태의 합법화 범위 확장이 과연 꼭 필요한 일이냐 아니냐 하는 점을 별개로 하더라도 현재의 법의 테두리를 무시하고 그런 편법을 동원하는 것은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 해도 그럴 수가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오래 전의 어느 일이 생각이 납니다.
물론 낙태와는 사안이 다소 다르기는 하지만 진실된 소신이라는 것에 대하여 생각해 보는 사례라 하겠습니다.
십수년전 뇌사가 아직 법률로 인정되지 않던 때 장기 이식을 위하여 심장사가 일어나지 않고 뇌사 상태인 공여자로부터 간을 적출하여 말기 간경화 환자에게 이식했었던 어느 외과 교수님이 계셨습니다.
그 분께서는 실질적인 사망인 뇌사가 인정되어야 한다는 소신을 가지고 살인죄로 감옥에 가기를 자청하면서 간이식을 시도하였습니다.
그 교수님께서는 간이식이 끝나고 살인죄로 처벌 받을 생각을 하고 수술 내용을 공개하고 경찰에도 이미 수술을 고지 (말하자면 사전 자수)한 상태였습니다.
다행히 이식을 받은 환자는 생명을 건지게 되었고 비록 몇년 후이기는 하지만 뇌사가 법으로 인정을 받게 되는 동기가 되었습니다.
해당 교수님은 살인죄로 처벌이 내려졌더라도 달게 받았을 분이지만 현행법을 어긴 점에 대하여는 일종의 사면과 같은 방식으로 처벌을 받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프로라이프 운동에 나선 저로서야 그런 식으로 낙태도 완전 합법화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 낙태를 하는 의사가 단순히 경제적 동인에 의한 것이 아니라 정말 자신의 소신이 낙태 완전 허용이라면 그런 정도의 책임과 처벌을 감수할 용기는 가지고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그렇지 못하고 계류 유산이라고 하는 방법으로 허위로 낙태를 감행한다면 이는 의사로서의 양심을 버리는 것 뿐 아니라 자신의 행동이 소신에 바탕한 것이라는 최소한의 타당성도 부여 받기 어렵게 만들고 맙니다.
따라서 의사의 윤리로서는 낙태를 근절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 제생각이지만 설사 제 생각과 다른 철학과 소신을 가지고 있어서 낙태를 찬성하고 낙태 시술을 하는 것이라면 계류 유산과 같은 구실을 가져다 대는 부끄러운 일은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병원 규모의 대소를 불문하고, 산부인과 의료계에서 차지는 위상의 고저르 불문하고 많은 의사들이 계류 유산으로 조작까지 해 가면서 낙태 시술을 하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런 현실울 보면서 낙태 합법화를 주장하는 의사분들의 행동을 어떻게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확보해 주고자 하는 소신에 바탕한 것으로 볼 수가 있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모든 산부인과 의사분들께 호소합니다.
낙태를 근절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하십시요.
그리고 낙태 시술이 자신의 진정한 소신이라면 그에 걸맞는 책임을 질 각오를 하고 당당하게 나서기 바랍니다.
의사라는 사회의 리더 그룹으로서 태아의 생명 구명을 위헤 노력하지 못하는 것에 나아가 그 정도로 비겁하기까지 해서야 안되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