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덕 컬럼

가시밭길을 택하며

junihome 2010. 8. 23. 17:48

프로라이프 의사회의 추가 고발 고려 움직임에 대하여 산부인과 개원의사들의 다수가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대한 산부인과 의사회와 대한 산부인과 의사회의 경기 지회 등 개원의들이 우려와 반대의 의견을 나타낸다고 한다.

동료를 고발한  이유 그리고 고발하려는 이유에 대하여 다시금 구구절절 설명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있어서 소회만 간단히 말씀드리고자 한다.

사실 같은 의사인데도 불구하고 한쪽은 낙태를 근절하기 위하여 온갖 욕과 경제적 손해를 무릅쓰고 하고 있고 다른 한쪽은 여성의 권리를 대변한다는 명분으로 낙태 근절에 대하여 우리 의사회가 하는 일을 반대한다.

이렇게 낙태라는 같은 사안을 놓고 산부인과 의사들끼리도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으니 한쪽은 분명 잘못 생각하고 있거나 잘못 행동하고 있는 것일 게다.

물론 그것이 프로라이프 의사회인지 아니면 대다수 대한 산부인과 의사회를 포함한 다수 개원 의사들인지는 모르겠다.

시간이 지난 후 역사가 판단할 부분이다.

다만 의료계의 문제에 있어서 여지껏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의사들 집단이 서로 감싸고 편들기에 급급한 집단으로 국민들의 지지를 못 받았던 것을 생각하면  이번의 낙태 문제에 있어 프로라이프 의사회와 대한 산부인과 의사회등이 적대적 입장에서 서로를 비난하는 것은  의아스럽기는 하지만 한걸음 도약하는 기회이기도 한다고 생각한다.

의사가 같은 의사를 향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자정의 목소리를 낸 것이 옳은 것인지 아닌지 평가는 위에 언급대로 역사가 판단할 몫이지만 그 결과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의사등 전문가 단체 내부의 자성이 앞으로 활성화될 것이냐 혹은 끼리끼리 뭉쳐서 노는 현상만 심화될 것이냐 하는 갈림길이 될 것이다.

낙태를 원하는 여성에게 다소간의 불편과 경제적 피해 등은 별개의 문제로 하고 낙태 자체 그리고 낙태 근절 운동에 있어서 색안경을 끼고 보지 않을 때 과연 우리 프로라이프 의사회의 이런 목소리 내기의 의미를 알기는 어렵지 않을 것이다.

내부적 자성에 대한 주장과 각성이 과연 효과를 발휘하고 국민 일반의 이해와 나아가 동료들의 이해를 받게 될 지 어떨지는 나로서도 상당히 궁금한 바다.

물론 지금 당장으로서는 그럴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는 않지만 나는 결과를 미리 예측하여 편하지만 부끄러운 길로 갈 생각은 없으며 가시밭길을 기꺼이 택하겠다.

가시밭길이 좋아서 가는 것이 아니라 그 길로 가야 여성이든 태아든 산부인과 의사든 일반 국민이든 모두가 사는 길로 접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목적을 위해 남는 상처고 흘리는 피라면 아깝지는 않다.

나로 인해 지금까지 흘렸던 수많은 여성과 태아의 피에 비하면 그것은 너무도 작은 희생일 뿐이다.

 

2010년 6월 3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