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덕 컬럼

낙태죄의 폐기를 바라시는 분들에게

junihome 2010. 8. 2. 18:43

법에서 죄라고 정해두고 처벌을 하는 것은 그것을 막도록 억제하는 것이 국가와 전체 사회를 위해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서 일 것이다.

만일 어떤 행위를 처벌하는 죄를 법으로 규정하지 않는다면 다음 몇가지 중에 하나에 속하기 때문일 것이다.

1. 거의 대부분의 사람이 죄라고 인식하지 않는 일

2. 죄라는 인식은 있다해도 처벌을 할 수 없는 일

3. 죄라는 인식은 있다해도 그런 행위를 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서 처벌 규정을 굳이 둘 필요가 없는 일

바꾸어 말하면 그러니까 죄로 규정되어 처벌을 하는 일은 대부분 사람들이 죄라고 인식을 하면서 그대로 방치하는 것보다는 억지하는 것이 전체를 위해 낫다고 판단되는 일로 적발과 처벌이 가능한 일로 아주 드물게 발생하지 않는 일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나는 산부인과 의사이다.

많은 여성들이 피임을 하지 않고 그렇다고 출산할만한 환경이 되지 못하여 낙태를 선택하게 되면 산부인과 의사로서는 그리 손해날 것은 없다.

더군다나 죄라는 굴레나 마음 속의 꺼림칙함까지 없애준다면 어찌 보면 의사 개인의 입장에서는 정말 고마운 일일지도 모르겠다.

여성이 피임을 적극적으로 한다고 해도 콘돔이나 피임약으로 인하여 얻는 의사의 개인적이고 경제적인 득은 없으며 루프 시술도 낙태에 비하면 경제적으로 훨씬 손해이다.

따라서 많은 여성이 피임보다 낙태를 선택할 경우  윤리적인 측면이나 여성의 측면에서의 보았을 때의 안타까움을 도외시한다면 의사 개인에게는 결코 손해 날 것이 없다. 

 

낙태를 지금처럼 방치해서 손해를 보는 것은 최소한 의사가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그러니 그런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낙태죄를 없앤다고 해서 산부인과 의사가 죽기살기로 반대할 이유도 없다.

그 점은 정부나 임신을 하게 한 남자들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피임의 책임이나 양육의 책임을 지고 싶어 하지 않는 입장에서는 낙태를 못하게 하는 것 보다 낙태죄를 없애는 것이 더 속이 편할 것이다.

이제 여성들마저 그런 것을 바란다면 우리 사회 구성원의 모두는 다 같은 목소리를 내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갈길은 뻔하다.

피임 대신 낙태를, 출산 대신 낙태를 선택하게 될 것이다.

꼭 아기를 낳아야 겠다고 마음 먹고 여러가지 조건이 아기를 낳아 기르는데 있어서 완벽히 갖추어진 소수만을 제외한다면 대다수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그렇게 낙태 만이 남게 될 것이다.

낙태죄를 없애 달라거나 혹은 거의 유명무실하게 해 달라고 주장하는 여성 단체 사람들은 낙태죄가 없어지므로서 이득을 보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잘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그것이 임신한 여성인지 아니면 임신한 여성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인지.

 

나는 낙태죄가 폐지되기를 바란다.

죄라는 인식을 없애서 마음대로 낙태를 하게 하기 위해 없어지기를 바란다는 것이 아니고 이 땅에 낙태라는 것이 없어지고 모든 임신한 여성이 낙태를 하고자 하는 마음을 먹지 않아도 되서 별 필요가 없게 되서 낙태죄가 없어지기를 바란다.

그러기 전까지는 임신한 여성들을 보호하기 위해 낙태죄가 존속되었으면 좋겠다.

임신한 여성에게 해 줄 수 있는게 거의 없는 정부와 다른 사람들의 책임을 되새기게  하기 위해서도 존속되어야 한다.

그래서 임신한 여성에게 우리가 진정으로 마련해 주어야 하는 것을 마련하는데 있어서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도록 촉구하기 위해서 존속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재대로 된 먹을 거리가 없어 굶주린 아이에게 진흙과자를 내미는 손을 부끄럽게라도 바라 보라고 말해주고 싶어서 그렇게 주장한다.

그래야 언젠가는 제대로 된 먹거리를 그들이 먹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낙태죄의 폐기를 바라는 분들께 묻는다.

당신들은 낙태를 위한 수입이 가장 중요한 수입원의 하나인 산부인과 의사들이나 혹은 손 놓고 아무 일도 하고 싶어 하지 않는 정부를 대변해 주기 위한 사람들인지 아니면 진정으로 임신한 여성들의 행복을 바라는 사람들인지를.....

배가 고파 우는 아이에게 진흙과자를 던져 주고 싶은 사람인지 제대로 된 과자를 건네 주고 싶은 사람인지를.....

 

2010년 3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