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내과 의사의 글을 보고
아래는 의료와 사회 포럼이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는 한모라고 하는 내과 의사가 최근에 쓴 글입니다.
과거 미국에서는 배를 타고 근해에 나가 낙태를 했다고 하지요.
그리고 몰래 낳다가 죽은 아이와 엄마, 독약을 먹고하는 낙태가 성행을 했구요.
다행히 한국은 중국으로 가서 낙태를 하고 오면 되지요.
출산율을 올리려고 남의 자궁을 자기 맘대로 휘두르려는 정부의 강압...
능력있는 한국여성들은 중국으로 갈 수 밖에요.
미국을 비롯한 유럽의 국가들에서 낙태가 여성인권임을 인식하고 많은 지식인들이 각고의 노력을 한 것에 비하여, 한국의 지식인과 정치인들은 함구하고 있고... 법으로 불법이니 처벌하고 단속한다고만 할 뿐입니다.
물론 자기 집 딸이 미혼모라면 제일 먼저 중국가서 낙태하고 올 사람들이지요...
낙태를 하는 산부인과 의사가 비윤리적인 것이 아니라, 낙태를 금지하는 정부가 비윤리적이며 반인권적이며, 정부의 탄압에 맞서 여성인권을 지키는 즉 낙태를 몰래하는 산부인과의사야 말로 인권상을 받아야 할 것이다.
진보나 인권 비슷한 주변인이라면 정말 깊이 고민해 보기를 바란다.
얼마전 홍일표 의원이 주최한 국회 토론회에서 발제를 한 최안나 대변인에게 국회 인권 위원회에서 국회 인권상을 주신다고 했지만 최안나 선생님 본인도 낙태 시술을 해 왔던 사람이기 때문에 절대 그런 상을 받을 수 없다고 고사해서 받지 않은 일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의사분은 낙태를 몰래 하는 의사에게 인권상을 주어야 한다고 하는군요.
낙태를 해 주는 것이 인권을 위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의사 분은 어째서 우리나라보다 낙태가 훨씬 자유롭고 광범위하게 벌어지는 중국의 인권이 우리나라보다 더 떨어지는 지는 것으로 평가 받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지 궁금하군요.
또한 거의 대부분의 산부인과 의사들이 누가 좋아서 낙태를 하느냐고 말을 합니다.
낙태가 순전히 여성의 인권을 위한 것이라면 당연히 좋아서 해야 하는 일이고 기쁜 일이어야 할텐데, 어떤 산부인과 의사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없으며 무료로 독거 노인을 진료하거나 무료로 미혼모의 분만을 해 주는 의사는 있는데 아무도 여성의 인권을 위해 낙태 하는 여성은 누구나 무료로 시술을 해 주는 의사는 단 한사람도 없습니다.
이 분이 얼마나 많은 산부인과 의사들의 속사정을 아는지 모르겠는데 산부인과 의사들이 왜 낙태 시술을 하는지 잘 모르면 가만히나 있는게 중간은 가는 것인데 참 답답한 의사입니다.
이 내과 의사 분처럼 실상을 잘 모르는 사람들의 탁상 공론과 막연한 추측으로 하여 일반 국민들이 올바른 인식을 가지지 못하게 될까봐 걱정입니다.
그리고 어떤 분은 우리의 운동을 보고 출산을 장려하기 위한 목표에 이용되는 이명박 대통령의 졸개들이라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
2007년도에 이명박 대통령의 장애인 낙태 허용 발언을 기억하는 분이 있는지 모르겠는데 우리는 장애 태아든 미혼모 태아든 모두 소중하다는 견해로 이명박 대통령의 생각과는 많이 다릅니다.
당시 민노당 노회찬 의원도 "어떻게 생명을 가진 장애태아를 죽일 수 있단 말인가. 장애가 어찌 '태어날 권리'를 박탈당해야만 하는 이유가 될 수 있는가"라면서 "대통령으로서 자질이 의심되는 매우 위험한 생각"이라고 비판했다고 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출산 장려를 돕기 위해 우리가 낙태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이라면 정부는 불감청 고소원으로 우리가 껄끄러운 문제를 들고 나와 주었으니 칭찬도 해 주고 주무부서인 복지부에서는 사회 협의체인가 뭐인가에도 우리를 불러서 논의도 하고 격려도 해 주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정부 당국자들의 비난을 듣고 있으며 또 복지부에서는 우리를 부르지 않고 대신 낙태를 대폭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산부인과 학회와 산부인과 의사회의 임원들만 불러서 논의를 하면서 낙태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겠다고 하는데 그런 현상을 그 분들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참 궁금하군요.
우리 모두는 일단 낙태에 관한 진실, 낙태 문제를 옹호하는 사람이나 반대하는 사람들의 솔직한 이유부터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2010년 3월 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