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덕 컬럼

낙태 시술을 좋아서 하는 의사는 없다?

junihome 2010. 7. 29. 11:56

이 말은 프로라이프 의사회의 낙태 근절 운동을 비난하면서 낙태 시술을 해 주는 의사들 대부분이 하소연하고 있는 내용이다.

그렇다면 산부인과 의사들은 왜 좋아 하지도 않으면서 낙태 수술을 해 주는 것일까?

1. 산모가 간절히 원하고 내 자신이 낙태 완전 허용을 소신으로 가지고 있으니까

2. 내 소신에는 어긋나지만 산모가 원하고 있고 낙태 수술이 여성의 행복과 건강에 보탬이 되니까

3. 산모의 행복에 보탬이 되는지 어떤지는 잘 모르지만 무엇보다 병원 경영에 보탬이 되어서

 

이 중 어떤 이유 때문에 의사들이 좋아하지도 않는 수술을 해 주는 것인지 모르겠다.

내가 보기에는 3번째 이유가 가장 큰 것 같지만 그것은 내 생각일 뿐이고 의사에 따라 첫번째이나 두번째의 이유로 수술을 해 주는 사람도 꽤 있을지 모르겠다.

세번째가 아니라 첫번째나 두번째 이유가 많다면 좋아하지도 않고 경영에도 그다지 영향이 없고 불법인데다가 비윤리적인 수술을 해 주니 산부인과 의사들 전체는 산모로부터 굉장히 존경을 받아야 할 것이고 산부인과 경영 여건은 지금처럼 최악일수가 없어야 하고 더군다나 그렇게 존경을 받는 산부인과 지원자는 넘쳐 나야 할텐데 지금까지로 보면 이 모두는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물론 낙태 시술을 해 주는 의사로 그동안 산부인과 의사들이 존경을 받았다는 이야기도 들어 보지 못했다.

 

그래서 낙태 수술과 관련하여 나는 두가지 점을 동료 의사들에게 말해 주고 싶다.

어느 회원이 말했다시피 환자가 원하면 죽여도 줄 것이냐 하는 말 하나와 살인 청부 업자가 존경 받는 세상이 있는가 하는 것이다.

물론 낙태는 살인과 생물학적으로는 크게 다를 것이 없지만 법적으로나 심정적으로 느끼는 강도는 사실 다르기는 하다.

그러나 낙태 하는 것을 몸에 난 종양을 제거하는 것과 동일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완전한 성인과 같은 생명체인지에 대하여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여하튼 그렇게 완전한 생명이냐 불완전한 생명이냐로 논란이 있을 정도만큼 태아란 어느 정도 생명 쪽에 다가가 있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즉 불가피하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을 죽여 달라는 부탁을 살인 청부 업자들에게 해서 그들이 살인을 해 주었다고 해서 어느 사회도 그들을 존경하지 않는 것처럼 산모가 간절히 원하는 일을 들어 주었다고 해서 낙태를 해 주는 산부인과 의사를 고마워 하지 않는다는 것은 지금까지 일선에서 쉽게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그러다 프로라이프 의사회의 활동으로 낙태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니까 이제와서 낙태를 해 주는 의사는 산모를 위해 숭고한 소신을 펼치는 사람으로 생각하고 낙태를 반대하는 의사는 여성의 인권을 짓밟는 파렴치한이고 자신의 주장 밖에 모르는 비뚤어진 의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있는 정도인게 아니라 슬프게도 그런 사람들이 꽤 많이 있는 것 같다.

 

낙태 수술로 경제적 이득이 상당하게 있지만 그것은 산모를 위하는 애틋한 마음에서 해 준 수술에 대한 당연한 댓가이고 낙태를 반대하는 의사는 낙태를 중단함으로써 병원의 문을 닫고 끼니를 걱정할 정도가 되었지만 배부른 의사들의 공명심 때문이라고 폄훼한다.

우리 사회는 과연 어떤 사람을 존경하고 존중해 주고 싶은 것인가 의문이다.

상당한 경제적 댓가가 따르고 불법이고 비윤리적이지만 여성의 당장의 경제적 사회적 편안함을 위해 태아 쯤은 아무렇지 않게 없애주는 의사인가 아니면 매우 열악한 경영 여건을 감수하고라도 원칙과 양심을 지키려고 하면서 궁극적으로 태아의 생명과 산모의 건강과 행복을 돕고자 하여 낙태를 반대하는 의사들인가.

앞으로 우리 사회는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참으로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2010년 2월 2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