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낙태근절운동에 나선 이유
정부에 계신 어떤 분은 우리가 이런 운동을 하는 저의가 뭐냐고 합니다.
또 어떤 이들은 이 운동으로 하여 개인적으로 어떤 이득을 보고 동료 혹은 임신한 산모들을 짓밟는 것이냐고 합니다.
병원을 홍보하기 위해서라고 하는 분도 있습니다.
참고로 저희 병원은 낙태 시술과 분만을 하지 않고 있어서 낙태를 중단하는 운동에 동참했다고 해서 환자가 늘어 경제적 도움을 받고 있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당연시 되던 낙태를 하지 않으므로써 병원 운영이 매우 어려워 졌습니다.
종교적인 소신 때문에 그런다고 하는 분도 있습니다.
물론 이 운동에 참여하는 분 중에 종교인들도 있지만 이 운동에 있어서 가장 열성적으로 참여하는 회원 중의 하나인 저는 종교가 없습니다.
정치적인 야심으로 그런 것이라고 말씀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도 그렇고 이 운동에 적극 참여하시는 어떤 분도 정치적인 야심을 가진 사람이 없으며 많이 양보하여 그런 속셈이 있다 하더라도 이렇게 첨예한 사안에서 한쪽 입장을 고수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별로 득이 되지 않는다 것은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조차 낙태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 점에서 미루어 짐작하기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저는 그동안 오랜 기간 낙태 시술을 하여 왔다는 것을 자인하였고 누군가 저를 고발한다면 공소 시효 이내이니 어쩌면 의사 면허를 영원히 박탈당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공명심 혹은 소영웅주의 때문이라고 매도하는 분도 있습니다.
그러나 낙태 문제에 관하여 게시판에서 보시는 것처럼 칭찬만 받고 있지는 않으며 수없이 많은 비난을 받고 있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공명심이 충족되지는 않는다는 것은 아시리라 봅니다.
제가 기존에 하던대로 낙태 시술을 계속한다면 여하튼 제게는 경제적으로 상당한 정도의 이득이 있습니다.
산부인과 동료들로부터 비난을 들을 일도 없습니다.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여성의 낙태를 도와 주어서 지금처럼 산모들로부터 비난을 받을 일도 없을 것입니다.
누구나 다 하는 일이니 저만 의사 면허가 날아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대신 그저 제 마음 속에 있는 조금쯤의 죄책감과 이것이 진정 그들을 돕는 것이 아닌데 하는 자괴감만 감수하면 될 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별로 경제적으로 정치적으로 얻는 것도 없는데 이런 일에 제가 나서는 것은 단 한가지 이유 밖에는 없습니다.
20년 이라는 오랜 기간 산부인과 의사로 살면서 임신한 여성을 돕는다고 해왔던 일 들 중에서 낙태를 도운 일 만큼은 지금와서 돌아보면 결코 그 분들을 돕는 일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아니 지금 깨달았다기 보다 이미 알고 있었지만 용기가 없어서 못했던 것을 더 늦어서 후회하기 전에 이제 시작한 것 뿐입니다.
이제는 정말로 제대로 된 방법으로 임신한 여성들을 돕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 오지 못하고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도와 준다는 자기 합리화로 낙태로 경제적 이득을 취한 것에 대하여 반성합니다.
물론 그로하여 얻은 수입은 돌려 줄 것이 남아 있다면 그러고 싶습니다.
그러나 십수년간의 미혼모 무료 출산 지원을 하여 온 덕분에 그런 경제적 여력이 없어서 안타깝습니다.
따라서 저는 낙태 문제에 관하여 이견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이 운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다른 개인적인 이득이나 야심 때문이 아니라는 것만큼은 이해하여 주시면 좋겠습니다.
철학과 방법에서 다른 견해는 인정하지만 불순한 목적 때문이라고 폄훼하는 것은 낙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데 있어서 결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저는 낙태를 찬성하는 여성계의 주장도 다른 속셈이 있어서라고 매도하지 않습니다.
단지 추구하는 방법에 있어서의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동료 산부인과 의사분들에게도 그리고 여기를 찾아 오시는 여러분들께도 부탁드리지만 이제는 순수성을 의심하기보다는 어떻게 낙태 문제에 대하여 해법을 찾아 나가야 하는지에 대하여 고민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상대방의 주장에 대하여 있지도 않은 저의를 가지고 운동을 깍아 내리기 보다는 운동 자체의 취지와 방법에 대한 논의가 더 활발히 일어 나기를 바란다는 것입니다.
2010년 2월 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