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인신매매 시발점이자 최종 목적지"
美국무부 "한국은 인신매매 시발점이자 최종 목적지"
헤럴드경제 2010년 6월 15일
인신매매 방지를 위한 한국 정부의 노력은 미국 국무부에 의해 1등급을 받았지만,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신매매 실태는 낯뜨거운 ‘바닥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 국무부가 14일 공개한 ‘인신매매실태(TIP)’ 보고서는 인신매매 실태와 관련해 세계 각국 정부의 피해자 보호, 가해자 처벌, 예방활동 실적 등을 토대로 조사대상 국가들을 1등급, 2등급, 2등급 요주의, 3등급으로 각각 분류했다.
한국 정부는 이런 기준에 따라 올해까지 포함해 2002년 이후 9년 연속 1등급 지위를 유지했다. 북한이 2003년 이후 최악수준인 3등급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러나 정부의 노력과 한국내 인신매매 실태는 완전히 별개다. 오히려 보고서에 묘사된 한국의 실태만 보면 부끄럽기 짝이 없을 정도다.
먼저 보고서는 첫 단락부터 “한국은 (남성들에 대한) 강제노역, 여성과 소녀들에 대한 상업적 성착취로 연결되는 인신매매의 시발점인 동시에 경유지 및 최종 목적지이기도 하다”고 규정했다.
보고서는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몽골, 모로코, 중국, 필리핀, 태국, 캄보디아 등지의 남성과 여성들이 한국내에서 취업을 위해 모집되지만, 한국내에서 강제적인 매춘 혹은 강제 노역에 동원되기 십상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러시아와 우즈베키스탄 등지 출신의 여성들은 주한 미군기지 주변의 업소에서 가수와 술집 종업원으로 활동하기 위해 연예비자를 소지하고 한국에 입국하지만,강제 매춘을 위해 ‘매매’되고 있다고 보고서는 고발했다.
보고서는 “많은 매춘관련 인신매매와 강제 노역 인신매매의 피해자들은 고용자들에게 여권을 압수당하고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심지어 일부 피해자들은 이동까지 제한되고 있다”고 밝혔다.
일자리를 찾아 한국에 들어온 이주 노동자들은 수 천 달러의 빚을 떠안게 되고, 이런 채무 때문에 매춘 인신매매의 덫에 쉽게 걸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저개발국가 출신의 여성들은 국제 결혼상담 브로커들을 통해 한국 남성과 결혼하기 위해 한국에 왔다가 입국하자마자 강제 매춘 혹은 강제 노역에 동원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한국의 여성들은 국내는 물론 미국, 캐나타, 일본, 호주 등지에서 강제매춘에 시달리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관광지 현지의 전언을 토대로 한국인 남성들이 동남아시아와 태평양제도에서 계속해서 아동 섹스관광의 주요한 수요자가 되고 있다고 전하면서 “그러나 한국 정부는 해외 아동섹스 관광에 나섰던 한국인을 단 한명도 처벌한 적이 없으며,이런 관광 수요를 줄이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고서는 늘어나는 인터넷 사용은 한국내에서 매매춘 연결을 활성화시키고 있으며, 한국인들은 경우에 따라 필리핀, 태국, 중국 등 해외에서 매매춘을 알선하는 온라인 브로커를 활용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한국 정부에 대해 “한국내에서 일어나는 매춘과 노동 관련 인신매매에 연루된 범법자들을 조사, 처벌하는 노력을 강화해야 하며, 인신매매 피해자들을 가려낼 수 있도록 출입국 요원과 경찰들을 훈련시켜야 한다”고 권고했다.
또 보고서는 “예방적 조치 차원에서 외국인 이주 노동자들이 여권을 압수당하고 임금체불을 당했을 때 고용자들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법적 청구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외국인들을 위한 충분한 통역서비스도 갖춰야 한다”고 촉구했다.